흔들리고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봄이다.
평일에 연가를 내어 그냥 계획 없이 쉬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쉬는 전날 저녁부터 코에서 화끈거리고 밤부터는 목 깊은 곳까지 화끈거리며 잠을 설쳤다.
회사를 가지 않는 날임에도 6시 50분에 기상하여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아이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어제 미리 장 봐준 나물류를 부지런히 데치기 시작했다.
부지깽이, 미역줄거리, 쪽파, 섬초, 콩나물..
둘째 아이 등굣길에 함께 나서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접수를 했더니 대기번호 22번이다. 한낮 날씨는 따뜻해도 일교차가 심해 감기환자가 많은가 보다.
핸드폰으로 실시간 대기번호 확인이 뜨니까 일단 집으로 가서 마저 다 하지 못한 나물반찬 만들기를 끝냈다.
다 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고 우리 가족 입에 들어갈 걸 생각하니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도 행복했다.
대기번호 9번을 남기고 병원에 갔다. 진료결과 목과 코가 많이 부었고 주사를 맞고 3일치 약을 선물 받았다. 나온 김에 따뜻한 카레라테 한잔을 들고 집에 가서 거실 창문밖 벚꽃나무를 병풍 삼아 커피를 마셨다.
청소부터 할까? 등산부터 할까? 몸이 안 좋으니 누울까? 고민 끝에 산을 택했다. '몸에 무리가지 않게 천천히 가면 괜찮을 거야.' 스스로에게 말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산은 치유제이다. 이렇듯 몸이 안 좋아도 산속 둘레길을 걸으면 몸도 마음도 이완되고 편안하다.
거기다 산둘레길에 있는 나무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최근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일로 다소 예민하고 무기력했는데 그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진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길에서 너무 그 상황과 사람에 갇혀 아옹다옹하며 사는 건 아닌지 씁쓸한 미소만 남는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것도 힘들고, 착하지 않은데 착한 척하는 자신을 보면 괴리감도 들고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이런 못난 자신을 본다. 마치 고인 물에 돌을 던지면 물속이 흙탕물이 되듯 그녀 마음도 평온할 때는 맑아 보여도 외부의 상황과 사람이라는 돌이 던져지면 언제든지 흙탕물이 될 수 있는 나약한 존재다.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 착한 사람이고 싶은 건 어쩌면 위선이고 정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직장일로 지금 잠시 흔들리다가 넘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안다. 넘어진 가운데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녀 자신에게 돌봄의 시간을 충분히 주면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인생길에서 흔들리거나 넘어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그녀가 그렇듯 넘어졌을 때 어떤 이유로 넘어졌는지 돌아보고 치료해 주고 돌봐주면 된다. 그러려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무엇이 자신을 치료하고 돌봐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새들이 끊임없이 지저귀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연두색의 푸릇푸릇함은 마음에 안온함과 설렘을 준다. 다시 길을 나선다. 잠깐의 쉼이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혹시 당신도 지금 흔들리고 넘어져 있습니까?
억지로 일어서려 애쓰지 마시고 잠깐 앉아서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돌봐주세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안아주고 수용해 주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