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는 불쌍하다고 말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문제 해결 중심의 그가 꺼낸 뜻밖의 말에 당황했다.
14년을 부부로 같이 살면서 그에게는 처음 듣는 말이다.
오히려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가 그녀의 어떤 부분을 보고 불쌍하다고 느꼈을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마음 한편으로는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녀가 불쌍하다고 느꼈을까?
공처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이 애처로웠을까?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태도가 마음 아팠을까?
그녀는 진짜 불쌍한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 그에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마음이 다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불쌍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불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앞에 문제상황은 그녀 자신을 더 그녀답게 해 줄 도구가 될 것이다. 비록 그녀다움을 찾는 게 쉽지 않고 때론 힘들 수 있어도 그렇다고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삶의 현장에서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중이다.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삶이 아닌 오직 그녀만을 위한 삶의 여정을 찾기 위해 "불쌍하다"라는 그 한마디에 넘어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