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다

먹는 걸 포기 못한다는 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by 호모 비아토르

식단관리를 시작한 지 세 달이 가까워져 간다. 조금 적응해 가고 어느쯤엔 가 정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두 주 전부터 저녁식사 약속이 며칠 간격으로 서너 군데 잡혔다. 그것도 샤부샤부뷔페, 초밥뷔페, 구워 먹는 고기였다.

몇 번은 괜찮을 거라 스스로를 정당화했고 정말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신나는 기분으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일주일 전부터 이전처럼 올라오는 허기가 퇴근 무렵부터 느껴졌다. 식단관리하는 중에는 토마토, 두부, 도토리묵, 계란, 바나나 등으로 선택적으로 먹었다. 밥과 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밥순이는 밥과 국, 밑반찬을 삼시세끼 포기하고 점심식사 한 끼만 먹는다는 건 놀라운 결정이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배가 고프다. 특히 밥이 먹고 싶었다. 여기서 다시 이전 식습관과 몸무게로 갈 순 없었다.

변화시키는 건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이지만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건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내면에서 전쟁이 시작된다.

이전처럼 먹을 것인가? 먹고 싶은 고비를 넘기고 계란을 삶고 도토리묵을 먹을 것인가?

인간은 원래 그 길이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익숙한 대로 쉽게 가는 존재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너무나 쉽게 익숙한 길로 가고 싶지 않다.


어제는 밥을 3분의 1을 뜨고 밥공기에 차돌된장찌개를 채워 입안에서 여러 번 맛을 곱씹고 음미하며 먹었다. 저녁에 밥을 먹지 않겠다던 나의 결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마음속에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책이 올라왔다. 이후 시간이 지나 생각하니 나 자신을 식단관리로 옥죄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최종목표는 자기 돌봄인데, 자칫 잘못 가다가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밥과 차돌된장찌개를 먹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다. 그러면 충분하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자기 돌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조금은 부족하고 때로는 나쁜 음식을 입에 대는 순간이 올지라도 여유를 가지자. 오늘 맛있게 먹고 내일은 식단관리하지.

그 내일이 오늘이다. 어제의 맛있었던 밥을 생각하며 오늘은 도토리묵을 먹기로 했다.


식단관리하다가 정 힘들면 한 번씩 먹고 싶은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다이어트의 9할은 음식이고 1할이 운동이라고 한다.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100 % 진짜이다.


러닝이 거북이처럼 느리게 달리듯, 식단관리도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습관이 되도록 천천히 가기로 했다.

오늘 지키지 못했다고 낙심하지 말고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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