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뿌리 깊은 잡초 같아요

by 호모 비아토르

회사에서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에 잘 맞아서 일을 할 때 힘이 되는 직장선배가 있다.

평소 직장사람들에게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고 거기다 정의감도 있다.


어느 날 뜬금없이 그녀에게 "전주임님은 뿌리 깊은 잡초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분에게 질문을 했다. "뿌리 깊은 건 좋은데 왜 하필 잡초인가요?"

"잡초는 어디서나 잘 적응하고 살아남잖아요. 주임님이 그래요."


그 말을 듣는데 분명 칭찬인듯한데 받아들이는 그녀는 슬폈다.

'뿌리 깊은'이라는 의미는 좋은데 여기서 '잡초'라는 단어는 왠지 야생에서 아무 데서나 의미 없이 살아가는 쓸모없는 존재 같게 느껴졌다.


이 말을 해준 직장선배에게 이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기대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줄 줄 알고 부담 없이 말했다. 그런데 돌아온 문장은 '뿌리 깊은 잡초'를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글을 써주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뿌리가 깊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그 근본이 튼튼하고 견고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뿌리 깊은 잡초는 쉽게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 같은 것이 잡초처럼 뽑기 어려운 것처럼 그 근본이 깊어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푸른 들판을 생각해 보면 잡초가 많아 잔디처럼 깔여 있어야 들판다운 것이다. 예쁜 꽃을 생각해 보자.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꽃 한 송이만 있다면 관심은 받을 수 있지만 처량하게 보일 수 있다. 예쁜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푸른 잡초가 있어야 예쁜 꽃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뿌리 깊은 잡초란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고 꼭 필요한 위치에서 주위를 더 돋보이게 하면서, 강인한 생명력(정신력)으로 있는 곳에서 다른 이들을 지탱시켜 주고 이끌어주는 디딤돌 같은 존재인 것이다."

-내 옆자리에 있는 직장선배가 적어준 글


정성스레 적은 글을 보고 감동받았다. 그녀라는 존재는 부분적으로 알고 온전히 알기에 한계가 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선배의 이 말은 지금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고 그런 삶을 산다는 느낌이 없다고 해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인정이 아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 그녀의 말과 행동이 그 상대에게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되고 싶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그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해주는 걸 보면 그녀가 그런 사람이어서 아니라, 이 글을 써준 직장선배가 뿌리 깊은 잡초로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직장선배의 글과 그 글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생각과 감정으로 뿌리 깊은 잡초에 대해 정리해 보자.


뿌리 깊은 잡초

어디에서나 흔하디 흔해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는 존재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존재

그런 눈길에 의식하지 않고 오늘도 꿋꿋하고 씩씩한 존재

뽑아도 다음 날 다시 뿌리를 내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없어도 들판에 핀 꽃 한 송이를 위해 기어코 들러리를 마다하지 않는 존재


뿌리 깊은 잡초처럼...

묵묵히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존재

눈에 띄지 않고 인정받지 않아도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고 받쳐주고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존재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따가운 햇빛을 그대로 받고 그 자리를 지키는 존재

들판에 핀 뿌리 깊은 잡초처럼

살아내리라

살아내리라

그렇게 살아가다가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리라

-전미영 쓰다


오늘도 사람과 환경에 따라 마음이 갈팡질팡하고 흔들리고 넘어지는 그녀 자신을 본다.

그런 자신을 볼 때면 싫어지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그 한마디에 다시금 힘을 얻고 딛고 일어선다. 그녀가 '뿌리 깊은 잡초'가 아니라, 이 말을 해준 당신이 진짜 '뿌리 깊은 잡초'입니다.

저에게 이 말을 해준 당신께 이 글을 통해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하루도 직장에서 일희일비하며 좌충우돌 흔들리고 넘어지는 모든 직장인 분들에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흠집 내고 상처 내며 살아가는 오늘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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