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인생의 시곗바늘이 20대보다 60대에 가까워진다면

by 호모 비아토르

오늘도 새벽 4시 28분, 4시 30분 연이은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그녀의 남편은 4시 15분 알람소리에 일어나 어제 저녁 건조기에 돌린 옷을 꺼내 거실 한복판에 앉아 옷을 개고 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물을 마시며 다시금 쳐진 남편의 어깨를 응시한다.


어느덧 결혼 16년 차에 접어들었다. 돌아보면 20대에 만나 교회친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 그렇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참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법도 한데 둘은 늘 변함없이 어떤 테두리 안에서 굳건히 일상을 지켜내고 있었다.

어떤 일탈도 허용하지 않은 채...

어쩌면 처음부터 끼리끼리 만난 것이다.

가정이라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애쓰고 수고해 왔다.


불현듯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옷을 개고 있던 남편이 그녀를 쳐다본다.

"여보, 우리가 벌써 40대 중반이에요. 이제는 20대보다는 60대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었네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무해요. 지금까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나이만 먹는 거 같아요. 아이가 커서 떠나면 왠지 모르게 인생이 슬퍼질 거 같아요"


남편은 그녀의 말에 반응한다.

"다 사는 게 그렇죠. 어쩌겠어요. 그러니 감사하고 삶을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그렇게 대화는 답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


그녀는 여느 때와 동일하게 남편과 아침인사를 하고 서둘러 운동하러 나간다. 남편도 옷을 개고 나면 운동하러 나간다. 각자의 루틴으로 출근준비를 하기에 그 시간 이후에는 마주칠 시간이 없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퇴근 후에나 지친 얼굴로 만나겠지. 일상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부부인가 보다.


그녀와 남편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인생이지만 서로의 뒷모습에 감춰진 그림자를 볼 줄 알고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은 공평하다.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나는 중이고 하나님이 삶의 선물을 준다면 앞으로 50대, 60대 그 이상의 시간을 살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걱정과 두려움, 기쁨, 외로움, 화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인식하며 깨어있는 시간을 살아야 한다.

자칫 그저 눈앞의 상황에 휩쓸려서 매일 숙제하는 삶은 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승자가 아닐까?


인생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그 종착점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녀 곁을 지켜주는 사람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갈 때 지금의 삶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시간은 그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라고 기다려주지 않고 쏜살같이 지나간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지금의 상황이 기쁘든 슬프든 온전히 삶을 느끼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비록 젊음에서 조금 비켜나 나이 듦으로 나아가지만 지나온 젊음을 다 겪어왔기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지금의 모습이 좋다. 때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 감사하다.


내일의 그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늘의 그녀를 사랑하고 돌보며 주어진 삶을 누리기로 했다. 밤이 깊어간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지금만으로도 충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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