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오늘 하루가 고단하고 외로울지라도...

by 호모 비아토르

결국에는 결단의 문제가 되겠지요. 누구에게나 하루는 스물네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나의 결단이고요. 먹고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들여야 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안 되니 더 소중합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안 되니 더 소중합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 귀한 시간에 자기만의 생각을, 일을 꾸준히 해가며 그렇게 자기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건 힘들 뿐만 아니라 너무나 외로운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 고단함이나 외로움은 꼭 견뎌야 합니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중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일어나서 씻고 출근길에 나서고 회사에 도착하면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상담을 한다. 그녀가 만나는 내담자는 흔히 말하면 죄를 지은 수용자이다. 그녀는 수용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주로 자살고위험이나 수용시설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수용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녀 앞에서 우울하고 죽고 싶으며 사람과 환경을 탓하며 원망한다. 간간히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귀를 쫑긋하고 듣고 집중한다. 사무실에 돌아와 상담기록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재생하며 마음으로 되씹어본다.


이 작업은 고된 작업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처음 수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환자를 만날 때도, 교도소에 들어와서 중증정신질환수형자를 만날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어떠한 상황이든 돕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 순간에는 힘든 것도 잊은 채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과 함께하지만 끝나고 나면 피로하고 힘들 때가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녀도 누군가에게 수다스럽게 떠들고 싶을 때가 있고, 그녀의 얘기를 무비판적이고 공감하며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일과 가정을 지켜내기 위한 하루에 그 필요성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주말에 산을 오르는 건 그녀가 일로 지치고 힘든 걸 회복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홀로 하는 활동에서 마음에 안정을 느끼고 그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전영애 선생님의 말처럼 그녀는 먹고사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여야 하고,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안 돼서 소중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먹고사는데 그 일이 그녀에게 의미 있고 보람 있기도 하지만 마냥 그런 날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책과 스프링노트, 볼펜을 꺼내 책을 읽고 때때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노트에 기록한다.

퇴근 후에 간단히 밥을 먹고 아파트단지를 30분 동안 걷거나 뛴다. 아무리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녀 자신을 위해 그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다. 아마도 사람을 만나서 힘든 얘기를 매일 들어야 하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혼자서 그녀 자신의 민낯과 대면하는 활동들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20~30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그녀 자신이 좋았고, 그들 사이에 있어야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속얘기를 할 수 있는 속 깊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느끼는 외로움보다 홀로 있어도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선택하는 쪽이 낫다고 여긴다.


이렇게 홀로 그녀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인생은 고단하다. 그리고 외롭다. 그럼에도 매일 그 고단함과 외로움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친구처럼 내 옆에 붙어 다닌다.


"우직함"이라는 단어를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에서 보게 되었는데 인상에 남았다. 예전에는 이 단어를 보았어도 그냥 스쳤을 것인데 지금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앞으로의 삶에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직함이란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녀는 그렇게 살고 싶다. 잔꾀 부리지 않고 오늘 하루를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그녀 다움의 길을 가고 싶은가 보다. 때로는 어디로 가는 건지 방황할 때도 있지만 우직하게 그녀 다운 인생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진짜 자기다움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힘들고 고되지만 오늘을 사랑한다. 오늘 하루는 그녀에게 그녀 다움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스물네 시간을 그녀는 그녀 자신을 위해 잘 살아내고 싶다. 직장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어주고 들어주고 그들이 변할 수 있는 희망을 버리지 말 것이며, 직장밖에서는 그녀 다운 삶을 살기 위한 작은 움직임을 반복할 것이다.


이수도섬에서 바라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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