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용기

by 호모 비아토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휴직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직장과 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생각만 할 뿐 실제 해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휴직을 하면서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나에게 투자할 돈은 없었지만 시간은 많았기에 어떻게 해서든 지역사회 자원 활용 및 정보를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것을 리스트로 적어놓고 하나씩 이루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고,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다.

그중에 첫 번째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소개해볼까 한다.

첫째, 피아노 배우기이다. 휴직하자마자 아는 지인을 통해서 한 달 동안 속성으로 코드 법을 익혀 피아노를 배웠고 진짜 저렴하게 전자피아노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로 몇 번 쳤으나 이사를 하고 몇 달 지나니 시들해졌다. 피아노는 우리 집 방귀 퉁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피아노 코드가 가물가물하다.

둘째,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것이다. 양산으로 이사 오자마자 배울 수 있는 여러 출구를 알아보았다. 2018년 3월부터 취미반 수강해서 2019년 캘리그래피 2급 취득, 2020년 8월에 캘리그래피 1급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글을 쓸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 손으로 글씨체를 창조해내는 마술 같은 일들이 신기했고, 글씨 쓰는 작업에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한 읽은 책에서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해 온 덕에 그 문구를 다시 캘리그래피로 재탄생시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셋째,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2013년에 1차 필기를 합격했으나 2차 시험을 치지 않아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2019년 봄, 직업상담사 책을 사서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를 시작해서 여름에 필기에 합격하고 바로 실기시험을 쳐서 가을에 직업상담사 2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공부하는 5~6개월 동안 나이 들어서 암기를 하려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도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금 다시 공부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뿌듯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던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넷째, 새로운 언어 배우기다. 도서관에서 강좌를 연 중국어 수업을 1년 동안 배웠다. 이어 일본어도 6개월 정도 배웠다. 그러나 복습 없는 언어 습득은 금방 내 기억 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참 재미있고 설레었고 긴장감을 줘서 좋았다. 언어는 역시 꾸준하게 반복해야 발전이 있음을 느낀다. 나는 요즘 다시 영어공부에 도전 중이다.

다섯째, 마음껏 걸어보기다. 직장 근무환경 특성상 마음대로 다닐 수 없고 주로 사무실과 프로그램실만 오갔다. 바깥공기와 자연은 점심시간 직원식당에 갈 때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마음껏 걸어보고 싶었다. 진짜 요즘 마음껏 걷고 있다. 새벽 공기 마시며 걷고, 해가 질 무렵 또 걷는다. 하루 평균 2시 30분은 걸었다. 오늘도 내 발걸음은 산을 향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나와 맞지 않는 것, 나와 맞는 것, 내가 흥분하고 설레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컸다. 무엇보다 읽고 싶은 분야이면서 직업과 관련이 있는 심리학, 정신건강,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다른 분야인 아동심리, 학습, 건강, 철학, 인문학에 관련된 책을 조금씩 넓혀가는 맛도 있었다.


해보고 싶은 일 중 또 다른 하나는 가족과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첫째, 캠핑 가기이다. 먼저 캠핑 장비를 저렴하게 중고로 구매하고 일 년에 2~3회 정도 캠핑을 떠났다. 산에 가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우리는 주로 바다로 갔다. 바다에 가서 게와 조개를 잡고 모래놀이, 물놀이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산책도 했다. 매끼 음식을 만드는 게 번거로웠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가는 걸 보면 나의 수고는 가볍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봄, 가을이 되면 캠핑 가자고 난리를 친다. 밖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자리지만 아이들에겐 행복이고 추억인가 보다. 나도 캠핑이 좋았다. 새벽녘 저 바다 끝 일출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모든 걸 다 얻은 것 같고 하루 종일 출렁이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 내게 무한한 자연의 품을 내어준 느낌이 든다.

둘째,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도서관 가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편식 독서이라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만 읽는 편이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유익한 점이 많음을 느끼고 있기에 아이들 역시 스스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읽어주고, 책을 빌려왔다. 집에 와선 매일 저녁 ‘전미영 도서관’을 열어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1시간 정도 읽어주고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는 지금도 자기 전에 ‘엄마, 책 읽어줘.’라며 요구를 한다. 큰 아이는 스스로 독서를 하긴 하지만 주로 만화책을 친구 삼아 읽고, 화장실을 갈 때도 만화책을 들고 들어간다. 둘째는 책상이든 거실 바닥이든 어디서나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동화책을 읽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동화책 2~3권을 들고 들어가 책을 읽고 나온다. 그래서인지 늘 화장실 입구에 책 2~3권이 너부러져 있다. 아이들의 책을 내 임의로 사주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번 책 종류와 상관없이 사고 싶은 책을 사주는 이벤트를 한다. 주위에선 학년마다 읽어야 하는 권장도서, 전집 등을 꼭 봐야 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내 독서 경험을 비추어볼 때 책은 호기심이 가고 읽고 싶은 책이어야 손이 더 많이 가고 책과 친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도록 하고 있다.

셋째, 아이들에게 신앙 훈련시키기이다. 매일 성경을 한 장 읽고, 한주에 성경 한 구절을 암송한다. 이것은 부모가 본이 되어야 함을 전제로 해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옴을 느껴서 내가 먼저 하루의 시작을 성경 읽기와 기도, 성경암송을 한다. 나는 부모로서 부족하고 연약한 모습이 많기에 성경말씀을 통해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느껴서 험한 세상 가운데 실패와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이겨내고 일어서는 단단한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고 있다. 매일 영성훈련을 함에도 어른인 나도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신앙이 삶으로 녹아내리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임은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이 되어준 것은 휴직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를 고민하게 된 시간도 휴직이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휴직이었다. 오늘도 나는 익숙한 삶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뭔가를 찾아 시도해 보고자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시도가 처음이라 두려울 수 있고, 설레 일 수 있다. 그리고 실패일지 성공일지 시도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 아인슈타인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낯선 세계가 두려워 그 자리를 맴돈다면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하루를 매일 떠나는 여행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맞이한다면 그 하루가 매일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흙 속에 묻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처럼 오늘의 삶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중한 삶의 의미를 찾고 발견해서 그 진가를 드러내는 나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계속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발견해서 시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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