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려준 선물

by 호모 비아토르

나는 결혼하기 전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주일학교로 초등부를 10년 봉사했을 때도 아이들의 성향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아이들은 마냥 나를 편하고 잔소리하지 않는 교회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1년 만에 첫째를 임신하고, 4년 후에 둘째를 출산했다. 첫째는 출산하고 2개월 보름 만에 복직을 했고,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키워주셨다. 모유수유를 회사 탕비실, 화장실에서 유축을 해서 냉장고에 얼려두었다가 퇴근 후에 집으로 가져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렇게 악착같이 7개월까지 모유와 분유를 혼합 수유했었다. 일에 치여 내가 엄마인 건지, 애만 낳고 일만 하는 사람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생소하고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 퇴근 후에도 일거리를 가지고 와서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아이 이유식은 가스렌즈에 냄비 두 개를 동시에 올려놓았다. 하나는 브로콜리 또 다른 하나는 닭 가슴살 이유식으로 주걱 두 개를 휘 젖던 모습이 생생하다. 신혼생활 1년 5개월을 제외하고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고, 부부와 자녀관계에서의 가족의 개념은 알아가기 힘들었다.


첫째가 15개월 정도 되었을 때 나는 나의 미래를 고민하며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그때부터 남편과 주말부부, 아이와도 떨어져 지냈다. 첫째가 3세 즈음 둘째를 계획했다. 첫째가 36개월 무렵 둘째를 출산했고 15개월 육아휴직을 쓰면서 첫째를 데려오고 둘째와 같이 키우게 되었다. 남편은 일주일에 2번 수요일 저녁,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 2015년 11월 복직을 하면서 첫째는 나와 생활하고 둘째는 갓 돌이 지난 무렵이라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고 자주 아파 결국 시어머니께 보내져 1년을 키워주셨다.


둘째는 2017년 두 살, 봄 무렵 다시 데려와 본격적으로 두 아이와 함께 지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섬세하게 돌아볼 겨를이 없었고 솔직히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즈음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당시 버거운 삶임에도 휴직을 방해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내가 얼마나 보는 시야가 좁고 어리석었는지 알 것이다. 내 진짜 속마음은 내 직장생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아이들을 여겼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위험한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나를 볼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일할 당시 내게 휴직은 삶의 강제 브레이크이고 마라톤에서 일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닫고 말할 수 있다. 하나만 알고 둘, 셋은 모르는 소리였다. 이제 두 아이들은 내 삶의 전부다. 그렇다고 두 아이들이 내 소유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일상을 오랜 시간 같이 하면서 아이들이 자라 가는 모습을 매일 발견해간다. 일에 치여 몸이 고될 때는 보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시에 나 역시 아이들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을 때면 그 옆에서 아이를 빤히 쳐다보며 아이의 눈을 따라 그 아이가 보는 시선에 나도 합일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이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지금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지낼 때 힘들 때도 있고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도 있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하고 두 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희생으로 아이가 자란다는 것이 착각임을 느낀다. 아이들 덕분에 내가 울고 웃고 걱정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아이들은 스스로 잘 자라고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단단하게 커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게 두 아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 언젠가 독립해서 떠날 아이들을 바라보면 지금 현재 커가는 모습들을 매 순간 눈과 마음속에 담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아이들을 선물인지도 모르고 귀찮고 버겁게 느꼈던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한 사람으로 자라나서 독립해 세상에 나갈 때에 뒤돌아보며 “엄마는 내게 선물이었고 축복이었어. 내 엄마가 되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랑해. 고마워. 축복해. 내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먼 훗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 서로의 삶을 응원해주고,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멋진 어른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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