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을 산다. 현재를 살면서 잠깐 정신을 놓으면 과거 속을 헤매고 있고 미래의 두려움을 파먹고 있다. 역시 나는 온전히 오늘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현재를 살지 못하면서 과거를 아쉬워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면 이것은 분명 과거, 현재, 미래의 악순환이다. 현재를 살지 못하면 미래를 제대로 맞이할 수 없고 과거도 제대로 살지 못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훈련을 통해서라도 계속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멍하니 앉아서 남 탓, 상황 탓하며 문제 해결을 회피하려 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현재는 그런 탓만 늘어놓으며 자신을 불편한 익숙함에 가두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조금이라도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점차 과거의 아픔과 미래의 두려움이 그냥 친구처럼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 같은 신기한 일이 생겼다. 지금이 좋으니까, 지금에 집중하니까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지 의식하지 않고 오늘은 살아간다.
지금의 나의 일상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다.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공부, 신앙생활 봐주고, 성경 보고, 기도하고, 책 읽고, 글 쓰고, 걷는다. 누군가에게 내 일상을 얘기했더니 “어휴,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 그리고 지루해.”라고 했다. “난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는데...” 그러나 어차피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 했었다. 그것은 내 안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사람을 통해 채우려고 했었고,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지금은 굳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지 않아도 단순한 일상에서 나를 찾고 발견해나간다. 오히려 일상 앞에서 내가 홀로 서 있으니 군더더기 없고 치장도 없이 민낯을 매일 볼 수 있어 편안하다. 그 민낯을 볼 수 있게 될 때까지 휴직이란 시간이 필요했었다. 휴직이 없었다면 난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내 존재를 확인하고 친밀감에 목말라 허덕이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휴직 전까지 내 민낯을 볼 여유도 없었고, 볼 용기도 없었다. 이제야 멈춤이 내게 주는 유익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영원을 갈망한다. 그래서 영원한 게 있을까? 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은 한번 생겨나면 소멸한다. 영원한 건 없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의 찰나를 산다면 이것이 영원이다. 늘 마음속에 새긴다. 이 순간을 살자! 어느 순간 내 마음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잡음과 같은 생각들과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답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온전히 깨어있어 나다운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이며, 미래의 나도 나이다. 그중에 나와 가장 친밀하고 삶을 바꿀 수 있는 나는 지금의 나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하루 잘 지내보자고 말이다.
휴직은 내가 원하지 않은 과녁을 향해 쏘아 올린 빗나간 화살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한때 휴직으로 슬픔을 느꼈다. 지금은 휴직도, 복직도 다 내 앞에 놓인 길이다. 어떤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따라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나는 매일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다. 나에겐 자유의지가 있으니까. 누구에 의해서도 아니고 누구를 위한 희생도 아닌 나의 삶을 오늘 살아가고 있다. 오늘 하루도 선물 같이 주어진 소중한 일상을 나만의 색깔과 특별함으로 빗어내야겠다.
휴직 5년,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내게 그렇게 큰 의미도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나답게 깨어 있으면서 충실히 살면 그게 휴직이든 직장생활이든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빗나간 것도 아니고 벗어난 것도 아니고 뜻하지 않은 길에서 만난 행운처럼 휴직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앞으로도 선물 같은 인생여행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