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법칙을 찾아라
2. 나는 왜 그냥 못 넘길까?
나만의 인생법칙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와 직면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외관상 잘 웃고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성격처럼 보인다. 그러나 겉모습 뒤엔 복잡한 생각들과 미묘한 감정들이 얽혀 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저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내가 보여주는 만큼 그들은 볼뿐이다.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별로 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기 말이 다 옳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 틀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속에서 내용을 알 수 없는 마그마 같은 불똥들이 튀어 오른다.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마치 길을 가는데 늘 보이는 돌부리가 그날따라 거슬리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나는 왜 그런 사람들을 그냥 못 넘기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흑백논리와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여기서 인지 오류의 하나인 흑백논리와 확증편향에 대해 알고 넘어가자. 흑백논리란 어떤 상황을 2개의 선택지로 나누어 보려는 관점이다. ‘이분법’이라고도 부른다. 기준이 객관적인 경우는 참과 거짓을 따지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 때 양자택일로 일관하는 것은 흑백논리를 위시한 논리학적 오류에 해당되는데, 이를 거짓 딜레마라고 한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성향이다. 다른 말로 자기중심적 왜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마치 음식물을 넘기다가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린 것처럼 심리적 소화불량을 느낀다. 이것은 마음의 불편함을 의미한다.
이런 나의 상태를 사람들은 못 느낀다. 이 상태가 될 때 나는 말을 줄이고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마치 얽혀있는 생각의 가지들을 머릿속에서 가지치기를 하고 질서 있게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해도 결론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으로 끝난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기가 한 말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가 하는 말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니까 나올 수 있는 말이므로 그냥 넘긴다. 내가 상대의 말에 반박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오히려 화를 내거나 더 자기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피로감은 제곱이 된다.
심리적 소화불량이라는 건 오직 나와 나의 측근인 남편만 안다. 이 상황이 종료된 후 남편에게 조언을 구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비합리적인 것인지를 말이다. 남편은 마치 판사처럼 그 상황과 나에 대한 반응에 대해 정확히 진단을 내린다. 진단은 맞는데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원래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평소 때는 그냥 그러려니 넘기다가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건 나의 문제일 수 있다. 세상엔 어디 가나 이상한 사람 한둘 정도는 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진짜 궁금하다. 마음은 불편하고 겉으로 표출은 안 하면서 굳이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을 것이라면 가수 양희은의 말처럼 “그러라 그래.”라고 쉽게 넘겨도 될 것을... 상대가 변하지 않을 것을 인지하면서 내 마음속에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던진다. ‘그 사람은 어떤 이유 때문에 저런 말을 할까? 저런 말을 하는 그 사람의 배경과 삶은 어땠을까? 나는 왜 저 사람의 말에 발끈하며 반응할까? 나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걸까?’
질문을 통해 상대와 나를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 사실 그 과정은 피곤하고 진이 빠진다. 남편 말로는 “참 피곤하게 산다. 그냥 넘기면 될 것을...”이라고 한다.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의 한 부분만 보고 오류를 찾으려는 나만의 오류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사실이다. 나도 완전하지 않기에 내 생각은 편협할 수밖에 없다. 인정한다.
한마디로 타인의 생각을 넓게 포용하지 못하는 나는 작은 그릇이다. 그걸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지 자꾸 마음속으로만 딴지를 건다. 소심해서 겉으로 표현도 못할 거면서... 겉으로는 착한 이미지이고 싶으니까 먼저 타인과 갈등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건 달리 생각해보면 타인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이다. 진짜 속마음은 드러내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고 분석하며 혼자서 기승전결을 맺는다.
내가 그냥 못 넘기는 이유를 알았다면 이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러라 그래.’라고 한마디의 문장으로 웃어넘길 수 있을까? 살면서 느끼는 건 나는 대인배가 되고 싶은데 실제 모습은 소인배라는 것이다. 대인배는 그릇이 넓고 마음이 관대한 사람이라면 소인배는 그릇과 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이다. 되고 싶은 사람과 실제 모습과의 거리감을 느낀다. 이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면 내 모습이 갑자기 슬픈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뀐다.
지질한 소시민이라고 해야 할까? 되고 싶은 나는 거창한데 현실 속의 나는 그저 그런 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상대의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상대의 거울이 먼지가 끼고 더럽다고 탓할 필요도 없다. 상대의 거울에 낀 먼지를 통해서 거울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 모습이 더러운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래도 넘길 수 있는 건 그냥 넘기고 싶다. 때로는 나 자신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일이 빈번히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돌부리는 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건 넘기면 된다. 넘길 수 없는 건 잠깐 멈춰서 숙제를 내 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상대와 나를 이해하고 살피는 재료로 삼아보자.
인생을 살면서 제일 어려운 게 인간관계이다. 그중에서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운 숙제이다. 너무 쉽게 풀면 오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조언을 하자면 넘겨지지 않는 문제를 따지기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내 안에 숨지 말고 한 발짝 나와서 상대와 대면하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작은 그릇이 되었든 소인배가 되었든 갈등관계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사람 앞으로 나와 보자.
이 글을 쓰면서 나만의 새로운 인생법칙을 발견했다.
나만의 인생법칙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와 직면하는 것이다.
넘기려고 해도 넘겨지지 않는 것은 내 안에서 상대방과 마찰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이다. 싸우자는 말이 아니다. 나와 다른 한 존재와 마주하고 먼저 의견이 다름을 인정한다. 상대가 침범하는 선을 명확하게 그어주고 솔직한 감정을 말한다. 이후에 상대가 받아들이면 감사하고 안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은 그 상대방의 것이다. 정리가 되었다. 이제는 넘기려도 해도 넘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번 실습을 해보
기로 하자. 실습 후기는 다음 글에서 써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