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 같은

by 범고래


세상을 살아가기에 우스울 만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내면은 너무 연약해서 무언가 작은 것에 스치기만 해도 깊은 흔적과 상처를 남겼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몽상과 환상의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도무지 현실을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효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약하고 쓸모없다고 그들을 외면했다. 셈에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들이 여태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상당히 미스터리한 일이다.
그들은 텅 빈 사막에 나무를 심고 눈이 내리게 만들기도 하고 광활한 밤하늘에 별을 흩트려 놓아 시름에 잠겨 잠이 오지 않거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사람들은 사느라 경황이 없어 바쁘게 지나치면서도 홀린 듯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끼치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사람들에게 따사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어떤 이들은 문득문득 이들의 도도새 같은 천진스러움을 불안하게 지켜봤다.
아무런 천적도 없이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고 번성하던 도도새(포르투칼어로 바보).
닭처럼 날지도 못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던 그 새들은 섬에 인간이 상륙하면서 모두 멸종하고 말았는데 왜 그런지 그들을 보면 까마득한 옛날의 이 새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세상은 인간들로 그득하고 그들의 모습과 성향으로 보아 같은 종이라 판단할 수 있고 그래서 서로 돕고 지켜주면서 살 것만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사자 호랑이 같은 포식자들과 가젤 같은 피식자, 하이에나 같은 끈질긴 사냥꾼들이 있어 야생의 동물군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젤 같기도 하고 그보다 더한 도도새 같은 이들은 무자비한 포식자들에 의해 아니면 스스로의 약함으로 언제든 멸종될 수 있을 것이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삭막한 세상에서 이들의 존재 의미는 뭘까.

무의미, 잉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축복, 신이 세상에 떨군 한 스푼의 기쁨...
그 어떤 것도 다 해당되는 규정되지 않는 존재.
힘들이지 않고 하찮게 다 잡아먹어 버려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 순간부터 결단코 모두가 불행해지는 존재.
존재감이 없지만 없어지는 순간 커다란 상실감에 휘청거릴 그런 존재.
예술가들이다.
외면의 눈에 더해 제2의 내면의 눈을 가져야만 그들과 그들이 이루어내는 그 모든 걸 제대로 보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안에 얼마나 광대한 세계가 있는가.
보여줄 수 없지만 우린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 안에 거주하는 존재들이고 그 광대함 만큼 할 일도 많은 바쁘고 아름다운 신의 피조물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아껴주고 예술을 사랑한다면 그들이 멸종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멸종해 버린 도도새의 사연이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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