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에게

by 범고래




이제 막 대학에 합격한 새내기 신입생들인가 보다. 일 년 먼저 입학한 선배의 조언을 신의 신탁이라도 되는 듯이 엄숙하고 진지하게 듣고 있다.
훗~
삶의 초입에서 일 년 이 년은 꽤 높아 보이긴 했던 것 같다.
설렘과 흥분이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잃어버린 나의 젊은 시간이 떠오른다.

뭐가 그리 무거웠을까. 풋풋하고 발랄하게 나이답게 보냈으면 좋았을걸...

가끔 방문하신 할머니는 나만 보면 말씀하셨다.
"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 들어가 돈 벌어라. 고생하는 엄마 도와줘야지."
다행히 엄마는 생각이 달랐고 난 대학생이 될 수 있었지만 대학의 낭만이나 누리고 있을 상황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런 칙칙한 배경 속에서는 쥐어짜도 기쁨이나 희망은 나오지 않았고 삶이 버겁다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구멍이 숭숭 뚫려 찬바람이 몰아치는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빈방에 가득한 외로움을 껴안고 자는 밤엔 그저 눈물만 흘렀다. 열이 펄펄 끓고 몸이 아플 때면 조용히 눈을 감고 이 모든 게 다 사라져 버리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친구들의 수다와 고민들은 왜 그렇게 시시하고 가치 없어 보였는지, 난 왜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패배자처럼 막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로 돌아가면 지금의 나는 젊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마. 너만은 그러지 말아야지."

지금의 나라고 그런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을까. 고통은 언제 어디에 있든 고통일 뿐이다.

그래도 지금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왜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사랑받으려 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서 마음속 구멍이 많이 메워진 것 같다.

누군가와 연결된 것 같은 기분은 따뜻하고 충만하다. 평생 살면서 이룬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유일하게 간직하고 갈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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