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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모르는 척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by 책 쓰는 여우

친구가 자신의 생일 파티에 당신을 3시에 초대했다고 생각해 보자. 들뜬 마음으로 제시간에 도착했고 문을 열어서 친구네 집에 들어간다. 그러나 파티는 다 끝나가는 상태이다. 2시에 파티가 열리지만 그 친구가 당신을 '실수로' 3시에 초대한 것이다.

화연이가 생일 파티에 천지를 3시에 초대했다. 2시에 파티가 열리지만 천지를 3시에 초대함으로써 소외시키는 것이다. 실수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화연이가 만지에게 천지가 불쌍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놀아줬다 고발할 때도 거짓말이다 , 반 아이들도 천지가 왕따가 되었다는 걸 알지만 모른 척을 한다. 그래서 반 아이들도 우아한 거짓말을 했다고 본다.

국어 수행평가 시간에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가 아닙니까?"라고 발표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전에 화연이가 사과한 거 같은데, 너 은근 피곤하다."

천지는 자신의 발표만으로는 화연이는 꿈쩍하지 많을 거라며 누구 하나 죽어야 정신 차릴 거라고 말했다.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 용서 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천지 엄마가 말한다.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상대가 사과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나는 사과했다고 하는 것은 비열하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사과로 상황을 모면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잠깐 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마지막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라고, 또는 천지처럼 "내가 떠나야 그들도 정신 차리겠지"라 생각할 수도 있다. 힘들면 원래 그렇게 되는 것이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가족, 친구, 상담전화 109 등등.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천지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천지는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갔고 옆집 주민인 추상박과 아는 사이가 되었다. 추상박은 화상자국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 팀을 당한 경험이 있고 화상을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길렀다. 왕따를 당한 천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천지는 엄마, 만지, 화연, 미라에게 붉은 실태래 속에 편지를 숨겨 두고 자살한다. 마지막 편지는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썼고 도서관 책 속에 숨겼다.

이 글은 내가 약 2년 전에 쓴 독후감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그때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우아한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라고 적었었다.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모르고 하는 거짓말이 아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고고하게 무시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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