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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믿는 아이들

<가짜 모범생>을 읽고

by 책 쓰는 여우

교육학대는 사람들이 눈감아주는 유일한 폭력이다. 숙제를 못하면 부모가 잠을 안 재우거나 가방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일은 나도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일이다.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 이런 말들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논리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선휘 엄마는 항상 폭력을 사용한 뒤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러면서 선휘는 엄마는 날 아껴서 잘되라고 때리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폭력이 정당화된다.

줄거리

쌍둥이 형제 건휘와 선휘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는 데 공부를 강요하며 때로는 폭력까지 사용했다. 그래서 둘 다 최상위권이 되었지만 결국 건휘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형의 죽음은 선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건휘를 잃고 난 후, 엄마는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선휘를 대했고, 그 집착은 점점 더 심해졌다. 선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콜라에 의존하게 되었고,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과거 건휘가 농구를 하다가 다른 아이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벌어졌고,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엄마는 선휘에게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고 했다. 자신의 아이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 형의 학업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결국 선휘는 경찰서에서 자신이 했다고 거짓 자백을 하지만, 병원에서 피해 학생을 만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그러다 선휘는 은빈이를 만나고 공부가 아닌 세상을 알게 된다. 결국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다. 선휘는 자신을 알아가는 배낭여행을 간다.

교육학대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은근히 차별받는 분위기를 보면 씁쓸하다. 어른들은 무의식적으로 "공부를 잘하면 가치 있는 아이"이고, "못하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전교 2등이 전교 1등을 밀쳐 죽여서 전교 1등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부터 자신의 인성보다 성적을 중요히 여기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나도 이런 싸한 분위기를 느낀 적은 있지만 이 소설에서 그걸 명백하게 보여주니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는 아이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만약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부모는 그 아이가 스스로 책임을 지고 반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건휘와 선휘의 엄마처럼 학업과 명예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아이의 인성을 망치게 될 뿐이다.


교육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자식에게 공부를 하자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문제가 안 된다. 난 학원을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그래도 좋다. 아이의 정서를 살피지도 않고 공부를 시켜서 문제인 것이다.



모범생은 엄마의 꿈이었지 쌍둥이의 꿈이 아니었다. 친구 은빈은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아이다. 선휘는 은빈이랑 지내면서 공부 그 밖의 넓은 세상을 알게 된다. "환자와 매일 마주하는 수술실 같은 좁은 틀 안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라고 한다.


내 학원 선생님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고 하셨다. 공부만 하면 꿈은 명사가 되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꿈은 동사가 될 거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 꿈은 내 재능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과학이니 과학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뿐. 선휘도 배낭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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