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여러 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수익을 위한 사업에 대해 알아보는 것 또한 좋아하지만, 요즘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을 하며 여러 고객을 만나고 데이터를 보다 보면 블록체인은 그저 '비트코인', '가상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의 원리와 기술이 어려워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해시키고, 관심을 가지게 유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우리 일상 속의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장범준의 콘서트 티켓을 블록체인 기술인 NFT를 활용하여 암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계기로 저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사회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재미있는 예시가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일본은 2018년부터 관계인구 중심 정책이 본격화되었고 2020년에는 지방창생 정책의 키워드로 미래기술, 관계 인구 확대, 지역경제사회 시스템 마련 등이 더해졌습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원격 근무 확대,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관계인구 유입, 고향납세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NFT와 DAO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관계 인구 확대라는 큰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관계인구를 확장시킨 대표적인 예는 1) 고향납세 NFT, 2) 디지털 주민증 발행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지자체 NFT 발행을 들 수 있습니다. 고향납세 NFT는 2008년부터 시행되어 온 일본 고향납세 제도에 NFT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추가된 것입니다.
디지털 주민증을 NFT로 발행해 디지털 주민을 늘리고 커뮤니티 활성화까지 이끌어낸 모범적인 사례로는 야마코시 NFT / DAO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 과정, 여기에 NFT를 더해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글로벌 지지자들을 얻게 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본 고향납세 리서치기관인 고향납세종합연구소(Furusato Tax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고향 납세 정책이 2022년 일본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총 4조 1,259억 엔($275.7억)으로 일본 전체 GDP의 0.65%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이 1%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이죠.
이는 기부된 고향납세 총 9,654억 엔의 4배 이상으로 경제적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 것인데, 고향납세 제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이해 관계자가 기부자, 지자체, 답례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기부를 받는 포털 사업자, 지자체 업무 수탁 중간 사업자, 답례품 배송 사업체, 광고 사업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고향 납세에 NFT를 접목시키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고향납세 답례로 관광 혜택, 디지털 주민증 등의 NFT를 제공하는 사례는 일본 전역에서 최소 42건 이상이었습니다. 고향납세에 대한 답례로 받는 상품 중에서 NFT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1년 150,000건 이상의 고향 납세 답례품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부문은 육류(21.2%), 해산물(13.6%)이었고 NFT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권/상품권 부문의 비중은 4% 미만이었죠.
COVID-19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여행권/상품권 비중은 7.4%로 상당히 높았으나 2020~2021년 중 이 비중은 2~3%대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다만 2023년부터 여행 제한이 해제되면서 특산품 제공과 함께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유틸리티 NFT를 답례로 제공하는 경우는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지자체들의 NFT 발행은 일본 정부의 디지털 전환과 관계 인구 확대라는 목표에도 부합함에 따라 점차 더 많은 지역에서 고향 납세에 NFT를 접목시키고 있는 추세입니다.
기존의 고향납세 제도는 지역 별 특산품 자원 보유 여부에 따라 세수 격차가 불가피한 반면, NFT는 그 지역의 명소, 스토리 등 무형자산을 큰 비용 없이 상품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나아가 향후 SBT(Soulbound Token)로 고향을 증명하거나 고향납세 후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되는 다이내믹 NFT를 발행하는 등 지자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합니다.
일본 지자체들이 주로 활용하는 NFT는 유틸리티 성격이 가장 높았는데 와인, 맥주, 농산품 등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그 지역 방문 시 NFT를 제공 또는 NFT 상태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서비스, 입장권으로써 NFT를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홋카이도 유바리시(市)나 이와테현 시와 초(町), 야마가타현 니시카와마치(町)와 같이 디지털 주민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도 9건 있었는데 이 경우 DAO가 함께 진행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최근의 트렌드는 고향납세 NFT 소지자가 해당 지역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 무료입장을 제공하거나 NFT 상태를 업그레이드해주는 등 방문을 유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디지털 주민 자격을 부여해 유대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NFT를 통해 실용성과 유용성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NFT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모 중입니다.
홋카이도 요이치초는 NFT 컬렉션 크립토닌자 파트너스(CryptoNinja Partners: CNP)와 후루사토 CNP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 10월 28일 고향납세를 통해 첫 판매를 시작했고 NFT 당 30,000엔에 판매되었는데 불과 몇 분 만에 완판 되었습니다. 요이치 마을 CNP2022 NFT는 요이치 지역의 와인이나 명소 등을 모티브로 배경, 캐릭터 등을 조합해 222가지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NFT 보유자는 요이치 지역의 인기 와이너리 와인을 우선 구입할 수 있는 권리와 닌자 다오의 CNP 보유자만 참가할 수 있는 디스코드 1개월 체험권 등을 부여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였습니다.
야마가타현 니시카와마치는 2023년 4월 17일 디지털 주민증을 NFT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주민증 1개 가격은 1,000엔으로 1,000개가 한정 제공되었고 NFT 마켓플레이스에서도 거래되고 있습니다. NFT를 보유한 사람은 니시카와 디지털 주민이 되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가할 수 있고, 지역 명소인 온천 입장이 무료로 제공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해당 NFT는 판매 시작 1분 만에 1천 개 이상의 수요가 몰려 완판 되었고 총 13,440개 수요가 확인되었습니다. 2023년 4월 기준 니시카와 인구는 4,732명에 불과하지만 디지털 주민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1만 3천 명 이상으로 2.8배에 달하는 관계인구가 형성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이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