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어간 페이지가 있다면 바로 '바이낸스'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바이낸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만 해도 아래와 같이 많습니다.
바이낸스 서비스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왜 바이낸스가 글로벌 거래소 1위인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인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초보 사용자가 전문 트레이더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부터, 가격 맞추기 등의 재미 요소까지 다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런 서비스를 하나하나 분석하다 보면 참 배울 부분이 많고, 우리가 참고해야 할 요소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바이낸스가 거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022년 10월 6일 BNB 체인 해킹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는 2022년 전체 블록체인 해킹 사태에서 해킹된 금액으로만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피해금액이 매우 큰 사건이었으며 BSC 토큰 허브에서 2백만 개의 BNB 토큰($570M)이 탈취되었죠. 바이낸스는 해킹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체인을 하루 만에 중단시켰고, 이 결정으로 해킹 피해를 $100M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들이 익명성에 기대어 자금을 탈취해서일까, 바이낸스라는 주체가 명확하게 있는 BNB 체인의 경우에는 체인이 해킹되며 안전성과 보안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TVL이 변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바이낸스에 대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낸스는 2017년 출범 이후 고객 우선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2019년 해킹으로 7,000 BTC를 분실했을 때도 고객 예치금을 모두 보호한 바 있습니다.
바이낸스는 2018년부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거래량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가상자산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설치하는 거래소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미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거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바이낸스는 왜 BNB 체인을 런칭하여 탈중앙화가 중심인 블록체인에서 중앙화 이슈에 휘말리고 있을까요?
바이낸스는 BNB 체인 출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제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BNB 체인 출시 배경과 함께 바이낸스가 어떻게 제국을 구축해 왔는지, 향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중앙화 거래소는 유저들이 가상자산을 현물 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인프라입니다. 바이낸스는 중앙화 거래소 중 압도적 1위의 거래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2위 거래소와 거래대금이 3배나 더 많을 정도로 격차가 많이 나죠.
거래소는 특히나 원활한 거래, 낮은 슬리피지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풍부한 유동성이 엄청난 메리트로 작동합니다. 즉, 조그만 유동성 격차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만큼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거래소 중 하나입니다. 높은 유동성과 거래대금을 바탕으로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트래픽을 갖춘 거래소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바이낸스는 오픈 초기부터 노력하였으며, 규제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현재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펼치며 시장 우위를 점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바이낸스는 2017년 7월 오픈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로, 거래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늦게 출범한 축에 속한다. 2011년 출범한 Bitstamp, Kraken 보다도 6년 늦었고, Huobi, OKEx 보다는 3년이 늦었다.
시작은 늦었으나 거래량은 빠르게 늘었다. 2020년 1.1조 달러였던 거래량은 2021년 9.6조 달러로 거래량이 9배가량 늘었고, 바이낸스 유저 수 또한 2017년 출시 이후 2018년부터 CAGR로 약 30%씩 증가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이유는 산업 트렌드를 읽고 그 트렌드에 맞는 사업을 펼쳐나갔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여 하나의 플랫폼에서 크로스셀링 하는 전략으로 현물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으며, 다른 거래소와 달리 탈중앙화 된 조직 형태를 유지하면서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시장을 넓혀갈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당시 시장 환경 또한 바이낸스가 침투하기 좋은 요건이었습니다. 2017년 바이낸스가 거래소를 출시했을 당시 아직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거래소는 없었으며, 잇따른 해킹 공격으로 인해 거래소 보안에 대한 불신 또한 상존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1년 Mt. Gox에서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2016년 비트파이넥스에서 85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탈취되었습니다.
거래소는 거래대금에서 거래 수수료를 수취하여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높은 거래대금은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집니다. 바이낸스는 다른 거래소 대비 신규 자산 상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빠르게 시장 파이를 확보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출범 당시 BTC, ETH, LTC, NEO, BNB 단 5종의 토큰만 지원했으나 18개월 동안 164종 토큰과 7종의 기본 쌍을 포함한 435종의 거래 쌍을 상장하여 다른 거래소의 거래량을 빠르게 빼앗아 올 수 있었습니다. 이는 2017년 코인베이스가 플랫폼에서 4가지 가상자산만 지원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현재도 바이낸스는 주요 거래소 중 가장 많은 트레이딩 페어를 지원하고 있는 거래소이며, 높은 거래대금을 보장할 수 있는 유망한 토큰을 사전에 상장하는 등 현물 거래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이낸스는 다양한 종류의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였으며 거래소 이용 고객 역시 300만 명으로 크게 성장하였는데, 이러한 상장 전략은 다른 거래소가 모방 가능한 전략이었습나다. 바이낸스는 고객들이 오로지 바이낸스 플랫폼을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제공하여 고객 이탈을 막고자 노력했는데, 이를 위해 1) 플랫폼 내 다양한 서비스와 2) BNB 토큰을 출시했습니다.
바이낸스는 거래량 1위 거래소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유동성을 바탕으로 마진, 파생상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유동성 풀과 함께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바이낸스는 거래대금 기준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바이낸스는 BNB 토큰을 출시하여 자체 플랫폼을 이용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BNB 토큰을 활용한 거래 수수료 할인 외에도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런치패드 등 BNB 토큰을 접목한 서비스와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에서는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것) 유망한 신규 암호화폐의 프로젝트를 BNB 토큰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때 구매한 신규 프로젝트의 토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바이낸스 고객층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 평균 수익률은 2,209%로 타 거래소 대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바이낸스는 본부가 존재하지 않는 탈중앙화 조직으로 바이낸스가 어떤 정부 관할 하에 있는지, 바이낸스의 서버가 어디 위치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단일 규제 기관이 거래소 영업을 정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영업을 전면 중단했을 때에도 바이낸스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죠. 중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후오비와 오케이엑스가 2021년 9월 중국 규제 소식에 해당 거래소 토큰이 급락한 것과 비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