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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남성성 ep4] 원형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by 병장 윤태현

원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구절이 있어서 가져와 보았다.


"새끼 오리는 부화한 직후 옆에서 걷고 있는 누구에게든 혹은 무엇에게든 애착을 형성한다. 이 현상을 '각인imprinting'이라고 한다. 갓 부화한 새끼 오리는 '엄마' 혹은 '보호자'를 찾도록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므로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자'가 무엇인지 배울 필요가 없다.


새끼 오리가 태어나면 곧 보호자라는 원형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새끼오리가 태어난 후 첫 순간에 마주치는 '보호자'가 오리가 아닌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바깥세상이 새끼 오리의 본능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보호자의 원형은 새끼 오리의 행동을 규정짓는다"

- 왕, 전사, 마법사, 연인 / 더글라스 질레트, 로버트 무어


이 구절이 전하는 핵심은 바로 ‘원형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부 본능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기’ 전에 이미 어떤 존재를 따르고, 사랑하고, 닮고 싶어 하는 구조(청사진 blueprint)를 가지고 태어난다. 새끼 오리처럼, 우리 안에도 ‘보호자’에 대한 원형이 있다.


하지만 모든 오리가 진짜 오리를 따라 걷지 않듯, 우리도 종종 잘못된 대상을 ‘원형’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보자. 어릴 적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남성성’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공감하지 않고, 분노로만 표현하는 남성성을 그대로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라고 착각한 채로.


이처럼 우리 안의 원형은 왜곡될 수 있다. ‘원형’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원형에 처음 각인된 외부 대상이 부정확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내 안의 원형이 ‘누구를’ 따라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그 대상이 ‘성숙한 어른’이 아닌 ‘미성숙한 어른아이’일 수도 있다(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형은 지금,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되풀이된 미성숙으로 이끌고 있는가?


성숙한 남성성은 외부로부터 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원형을 재구성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원형의 ‘모양’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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