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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남성성 ep5] 소년 심리학

진짜 어른과 가짜 어른의 결정적 차이

by 병장 윤태현

"마약 거래자, 책임회피와 편가르기에 능한 정치꾼, 폭력적인 남편, 짜증 가득한 직장상사, 초고속으로 승진한 젊은 간부, 바람피우는 남편, 직장의 '예스맨', 무관심한 담당 교수, 고결한 척하는 목사, 폭력조직원, 딸의 학교 행사에 절대 참석할 시간을 내지 않는 아빠,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를 조롱하는 코치, 무의식적으로 고객의 비범함을 깎아내리면서 평범한 사람으로 끌어내리는 심리치료사..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어른인 척하는 소년들이다.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성숙한 남성이 어떤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들의 '그릇된 남성다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들의 통제와 위협과 적대적 행동을 '힘'이라고 착각한다. 실제로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내재된 극도의 취약성, 상처받은 소년의 연약함'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남성이 발달단계를 완성시키지 못한 채 미성숙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초기의 발달단계는 소년 시기에 걸맞은 구상 혹은 청사진blueprint 의 영향을 받았다. 이 소년기의 구상이 그대로 성년기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소년기의 원형은 적절한 성년 남성성의 원형에 의해 정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 우리는 내면에 숨겨진(자신에게는 숨겨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숨겨지지 않는) 소년 심리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 왕, 전사, 마법사, 연인 / 로버트 무어, 더글라스 질레트


사실 우리 내면의 소년은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경우 익살스러움과 즐거움, 재미, 에너지와 개방적 성격의 원천이며 미래로 나가게 하는 밑거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서, 성숙한 남성성이 필요할 때 유치한 행동을 하게 하는 다른 종류의 소년 심리가 있다고 한다.


소년기의 남성이 발현하는 첫 원형은 신성한 아이divine child 원형이다. 그 다음 조숙한 아이precocious child와 오이디푸스적 아이oedipal child가 있다. 마지막은 영웅hero 이다. 물론 인간의 성장이 항상 이렇게 정형화된 순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소년 심리학의 원형이 복잡한 방식으로 각각의 성숙한 남성 원형을 발전시킨다. 소년은 남성을 탄생시키는 근원이다.


성인 남성은 소년다움을 잃지 않고, 소년기의 바탕을 형성한 원형도 사라지지 않는다. 원형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성숙한 남성은 소년기의 남성적 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바탕 위에 성인으로 서의 인격을 완성한다. (피라미드가 겹겹이 쌓인 이미지)



[소년기 원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brunch.co.kr/@1fa555d3ea4f4dd/2


소년의 인격 -> 남성의 인격으로 적절한 발전단계를 거쳐 성숙한다면 그림자 형태의 양극은 통합되며 완전해진다. 반대로 성장 단계가 적절치 못하다면 '일관성의 부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성숙함, 어른스러움, 존경스러움을 결정짓는 가장 큰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말과 행동이 바뀌지 않으며, 누구와 있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핵심적인 철학, 신념,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내면의 중심이 확고하게 잡힌 사람(왕 원형이 발달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음)을 보면 자동적으로 존중과 존경을 표하게 되는 듯하다.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것은 일관성은 딱딱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것, 부모님께 하는 것, 아들에게 하는 것, 연인에게 하는 것은 모두 달라지는 것이 맞다. 사람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다. 일관성은 유연하게 지켜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이란 페르소나가 달라지더라도 항상 일관되는 '가치, 철학, 신념'이다.


이순신 장군과 스티브 잡스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지키는 책임'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적인 품위와 절제를 잃지 않았고, 페르소나가 바뀌어도 (장수, 죄인, 가족의 일원) 그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지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무능한 상관에게조차 예를 갖추고, 병사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며, 감정은 절제하되 가치에는 냉정할 정도로 충실했다. 그 어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나라를 지킨다’는 철학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창업자, CEO, 연인, 동료 등 여러 역할 속에서 훨씬 더 직설적이고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중심에는 분명한 신념이 있었다.


“사람들은 뭘 원하는지 몰라. 보여줘야 알아.”


그의 철학은 단순한 제품 생산이 아닌, ‘좋은 제품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창조적 비전이었다. 해고당하고, 암에 걸리고,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의 방향성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제품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은 한결같았다.


이순신은 ‘전사’와 ‘왕’의 원형을 성숙하게 통합한 인물이었다. 칼을 들되 권위를 남용하지 않았고, 백성을 위한 리더십을 끝까지 실현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법사’와 ‘왕’의 원형이 통합된 사람이었다. 직관과 통찰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졌지만, 중심에는 변하지 않는 가치와 철학이 있었다.

그 중심이 있었기 때문에 역할이 달라져도 삶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로 통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핵심은 이거다.


“페르소나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바뀌어서는 안 된다.”


역할이 아닌 철학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가 바로 성숙한 남성이고, 진짜 어른이다.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성장단계를 거쳐 소년기 원형에서 남성의 원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각 소년기 원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예시와 함께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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