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양파 한 뿌리

by 그냥 직장인

지난 1권이 이야기의 서사를 쌓고 세 형제와 주변 인물에 대한 소개, 이반과 알료샤가 갖고 있는 종교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면, 2권은 조시마 장로의 죽음으로 인한 알료샤의 변화와 친족 살인으로 몰린 미챠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1권에서 뿌리내린 조시마 장로의 죽음은 2권에 들어서 꽃을 피운다. 그 과정에서 알료샤가 작성한 조시마 장로와의 담화를 통해 그 또한 과거 사랑으로 인해 결투를 하고, 당번병을 두들겨 패기도 했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조시마 장로의 시체에선 인간이라면 당연히 날 수 밖에 없는 악취가 나고, 이 악취를 핑계로 사람들은 고인이 된 조시마 장로를 헐뜯는다. 이런 치욕으로 인해 알료샤는 자신이 생각한 '정의'가 무너짐을 느끼고 수도원을 나간 뒤 만난 라키친에게 이반처럼 신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루셴카를 만난다. 그녀에게 '양파 한 뿌리', 선행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그 한 뿌리의 경험으로 알료샤는 꿈에서 조시마 장로를 만나고 대지에 키스를 하며 투사가 되어 속세로 나간다. 조시마 장로의 죽음이라는 꽃은 투사가 된 알료샤라는 열매를 맺음으로 마무리 된다.


이후는 미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루셴카를 만나기 위해, 카체리나의 돈을 갚기 위해 벌이는 일과 그 과정에서 의문스럽게 발생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미챠가 받는 심문과 집행이 그 이야기이다. 미챠는 그동안 타인에게 해왔던 거짓말과 심문 중 반복된 번복, 여러 증인의 증언으로 결국 압송된다.


초반 조시마의 과거를 보며 미챠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시마는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고통스럽게 뉘우친 뒤, 수도원에서 수십 년간 약자들의 고해를 듣고 죄를 품은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양파 한 뿌리'를 나누는 삶을 살아갔다.


미챠는 이런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작은 선의의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그가 과거를 참회하고, 그리고리를 조금 더 일찍 진심으로 도왔다면, '양파 한 뿌리'는 그를 지옥이 아닌 구원의 길로 이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챠는 '양파 한 뿌리'의 힘을 마지막 꿈과 누군가 가져다준 베개를 통해 다소 늦게 깨달았다.


때때로 '양파 한 뿌리'의 힘을 간과한다. 천국과 지옥의 문제가 아닌 삶을 살아감에 있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고 긍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사소한 선의와 선행, '양파 한 뿌리'가 필요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