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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모나-9

가장 기쁜 뉴스를 들은 날

by 안나

크레모나에서의 시간이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익숙하지 않던 이탈리아의 생활도 이제는 조금씩 몸에 배어가고 있고, 크레모나는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현진 씨는 요즘 학교를 다니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입학시험을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 결과, 지금은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끔은 지친 기색이 보이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늘 생기가 넘친다. 즐거움과 도전이 가득한 요즘의 그녀를 보며 나도 자극을 받는다.




한편,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데서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낯설고 두려운 언어였다. 모든 단어가 새로웠고, 발음조차 생소해 말을 꺼내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배워가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있다. 이제는 카페에 가서 내가 원하는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고, 마트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찾아 비교해 가며 쇼핑할 수 있다. 혼자 크레모나 시내를 걸어 다니며 길을 묻거나 작은 대화를 나눌 때도 예전처럼 긴장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비로소 실감하고 있다.




오늘은 이탈리아어 과외가 있는 날이었다. 늘 그렇듯 숙제를 깔끔하게 해 갔고, 그래서인지 마음이 가볍고 설레는 기분이었다. 과외 선생님인 준빈 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안나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은 안나 씨에게 정말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해요.”

준빈 씨의 말에 나는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무슨 이야기일까?



“안나 씨가 미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좀 알아봤어요. 사실, 제가 아는 곳은 만토바에 있는 아카데미아뿐이었는데요. 얼마 전 한인교회에 후배가 한 명 새로 왔거든요. 그 후배가 밀라노에 있는 브레라 미대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그분을 만나보고 싶으세요?”




그 순간, 나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밀라노의 브레라 미대라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네! 정말 좋아요! 꼭 만나고 싶어요!”


“그럼 제가 그 후배와 연락해서 빨리 약속을 잡아볼게요. 가능하면 가까운 날에 만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미 나의 머릿속은 미술을 배우고 있는 나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온 지 6개월 만에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준빈 씨와의 대화 후,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탈리아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미술이라는 새로운 꿈에 한 발짝 다가가려면, 언어라는 도구를 더 잘 다뤄야 할 테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크레모나의 거리와 풍경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거리에서 들리는 이탈리아어 대화 소리까지. 이곳에서의 삶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나는 한 걸음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처럼 가슴이 설레는 날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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