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크레모나-8

이탈리아어는 너무 어려워...

by 안나

요즘 나는 이탈리아어와 전쟁 중이다.

나는 두 달 전부터 준빈 씨와 함께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동반자인 현진 씨는 이 여정에 나보다 한 걸음 앞서 있다. 현진 씨는 이탈리아어 기본기를 꽤 탄탄히 다져 놓았고, 이번 달까지만 수업을 들은 후 입학시험을 본다. 반면에 나는 이제 겨우 첫 장을 펼친 학생이다. ‘생기초’라는 단어도 나를 설명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이탈리아어 발음으로 가득하다. 특히 F와 P 발음을 연습 중인데, 이탈리아어로 F는 ‘에페’, P는 ‘삐’라고 발음한다. "Fare"(하다)와 "partire"(출발하다)를 연습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거울을 보며 입모양을 확인한다.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고난은 B와 V, 그리고 R 발음에서 시작됐다.



"Bello"(멋있는)와 "vero"(진실) 사이에서 내 혀는 혼란을 겪는다. B는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면 V에서 엉켜 버리고, V를 연습하면 다시 B에서 미끄러진다. "Birra"(맥주)를 말할 때마다 이탈리아 맥주가 마치 내 발음을 비웃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R 발음. 이건 정말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Arrivederci"(안녕히 가세요)를 말할 때마다 나는 입천장에 혀를 부딪히는 대신, 혀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준빈 씨가 "혀끝을 입천장에 톡 하고 떨어뜨리면 된다"라고 설명했을 때, 나는 쉽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혀는 내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Birra"를 열심히 말해 보지만, 결과는? 이탈리아어와 한국어의 이상한 혼종 발음이 되어 돌아온다.




준빈 씨가 "단어당 하루에 백 번씩 연습해 보세요"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며 발음을 뱉는다. "Arrivederci, Arrivederci…." 내 혀가 어딘가로 도망치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연습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맥주’를 주문할 자신은 없다. 맥주를 시키려다가 이상한 발음이 튀어나와, 직원이 날 보고 눈이 동그래져 볼까 봐 겁이 난다.




이탈리아어는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혀가 문제라면, 그 혀와 맞서 싸워야지! 언젠가는 R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Birra"를 우아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거울을 보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Arrivederci, 발음 실수여! Ciao, 새로운 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