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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모나-7

꿈을 향한 첫걸음, 크레모나에서의 시작

by 안나

유난히 화창한 아침이었다. 크레모나의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현진 씨와 나는 오늘 아주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악기 선생님이 소개해 준 준빈 씨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크레모나는 악기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나에겐 오늘의 만남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는 준빈 씨에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학교나 학원 정보를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탈리아어도 배워야 할 것 같고요.”

현진 씨는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현진 씨의 말처럼, 오늘의 만남이 앞으로의 길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크레모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준빈 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 앞에 도착하자, 문이 활짝 열리며 준빈 씨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요! 찾아오긴 어렵지 않았죠? 여기 시내 중심가라 금방 찾으셨을 것 같아요.”

그는 우리를 집 안으로 안내하며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셔서요.”

현진 씨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지금 집에는 다른 룸메이트들이 없어요. 다들 바빠서 나가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편하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준빈 씨는 따뜻한 차를 건네며 말했다.

“현진 씨에게 간단히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탈리아어 배우는 걸 도와달라고 하셨다면서요?”


나는 조금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이탈리아어를 잘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그림 관련 학교나 학원도 알아보고 있는데, 혹시 아는 곳이 있을까요?”



준빈 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일단 이탈리아어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제가 몇몇 학생들에게 과외를 하고 있거든요. 악기 제작 학교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저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과외를 하는 게 아니에요. 이탈리아어를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열심히 따라와 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현진 씨가 힘차게 대답했다.

“시간을 조율해서 알려드리면 될까요?”


“네, 좋아요. 제가 요즘 학교 졸업 준비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어서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최대한 맞춰볼게요. 가능하면 저희 집에서 수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레모나에서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수업을 듣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렜다.


“그럼, 그림 관련 학교나 학원 정보는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크레모나에서는 좀 어렵고, 만토바라는 지역에 작은 아카데미아가 있어요. 그쪽에 가면 예술을 배우기 좋은 곳이 많아요. 제가 더 알아보면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메모를 했다. 만토바라는 이름이 낯설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이름처럼 느껴졌다.


“일단 이탈리아어부터 배우면서 천천히 그림 관련 정보를 더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탈리아에 살려면 이탈리아어는 필수예요. 이 나라는 영어를 많이 쓰지 않아서, 현지 언어를 모르면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할 거예요.”

그의 진심 어린 조언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진 씨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입학시험은 많이 어려울까요?”


“네, 꽤 어려워요. 필기시험, 실기시험, 그리고 면접까지 있어요. 특히 실기시험에서는 독창성과 기술을 많이 봐요. 그래서 꾸준히 연습하는 게 중요해요. 준비 기간 동안 많이 바빠질 거예요.”


현진 씨는 긴장한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열심히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저도요.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부터 최선을 다할게요.”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준빈 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 노력해 봐요. 크레모나는 꿈을 이루기에 좋은 곳이니까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현진 씨가 말했다.


“그러게요. 이탈리아에서의 첫걸음이 이렇게 시작될 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크레모나의 거리를 걸으며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찬 미래를 그려 보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늘의 만남은 우리에게 분명한 신호였다. 이탈리아의 하늘 아래에서, 꿈을 향한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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