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며 나를 마주하기
이제 나는 내 안의 감정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느껴졌던 눈물도, 일상을 흔들던 불안한 마음도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물지 않은 상처와 관계 속에서 겪었던 실망, 차마 말하지 못하고 삼켜야 했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삶의 서사이자 실체임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버텨온 시간 동안, 내 존재가 얼마나 깊이 지쳐 있었는지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내가 선택했던 서툰 행동들은 사실 그 시절의 내가 버려지지 않고 견뎌내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노력이었고, 나를 괴롭히던 불안과 분노 역시, 사실은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의 나를 지켜주려 밤을 지새우며 곁을 지켰던 마음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아픈 기억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온전히 안아줄 수 있습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과거의 일을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줍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탓하던 가혹한 마음에서 벗어나, 상처 입은 나를 가엾게 여기고 품어주는 다정한 친구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시선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내 감정들이 왜 생겨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더 이상 자신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단순히 과거를 불쌍히 여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나를 더 정성껏 돌보는 연습을 시작하려 합니다. 내 안의 진실한 목소리를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한 만큼만 타인을 오해 없이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넉넉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거울 속의 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때때로 실수도 하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제는 압니다. 상처받았던 어린 나와 그 아이를 안아주는 어른인 내가 내 안에서 하나로 만나는 순간, 저는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평온을 맛봅니다. 이제 나를 이해한 이 단단한 마음을 품고,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되는 법을 배우러 제4부 ‘함께하기’의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