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stem Redemption

1st Letter (18 MAY 2024 @ 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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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영호야.

날 알든 모르든 만나서 반가워.

이건 내 소식을 전하는 일종의 엽서 같은 거야.

기간 없이 비정기로 갈 건데 최대한 자주 쓰도록 노력할 게.

오늘은 입문 차원에서 내가 왜, 어떻게 현재 삶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해볼 게.

1

2009년 몰디브

난 예전에 여행 기자이자 휴양 여행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무료로 세계적인 럭셔리 리조트를 누리면서 산 적이 있어. 모두가 부러워한 최고의 삶이었고 덕분에 큰 권력도 가질 수 있었지.

하지만 정작 나는 만족할 수 없었어. 위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시스템은 거짓과 모순으로 가득찬 위조품이고, 정상의 위치도 시스템의 한 점이자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었기 때문이지.

자본주의 시스템은 오직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의존적이고 중독적인 삶과 존재를 양산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의존과 중독이 크고 더 충실한 노예가 되는 식이지.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모두 내려놓고 사회와 시스템 바깥으로 죽음의 인생 여정을 떠나. 시스템 정상보다 더 나은 삶을 찾으려면 아무리 위험해도 그 길 밖에 없었으니까.

2

2014년 푸껫

나는 스쿠터 라이딩과 캠핑을 접목, 최소 비용으로 1년간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하며 세상의 다양한 삶과 내 내면을 탐험하는 여행 스타일을 완성하고 LIVEAROAD 라 이름 붙여.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어. 내 미션은 시스템 너머 새로운 세상과 삶의 창조였고 그러려면 수많은 실험, 도전과 실패가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10년간 외로운 길을 이어가.

그리고 사회를 떠난 지 11년 만인 2023년 말, 마침내 베트남 달랏에서 삶의 완성을 선언해. 시기별 최고의 장소에서 일 년 내내 캠핑하며 바닥에서 천상의 삶을 일구는 데 성공한 거야.

그간 현실을 잃은 상실감과 번번이 꿈이 좌절되는 절망감, 불확실한 삶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몸이 많이 상했어. 하지만 절정의 성취감과 자부심, 황홀한 일상으로 더없이 행복해.

3

2023년 달랏

내 삶과 기존 삶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스템을 도구로 활용하며 나만의 새로운 시공간, 즉 고유한 우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야. 시스템에 종속된 삶이 아닌, 시스템을 부리는 삶인 거지.

그렇게 자기 우주를 만드는 독립적 개인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돕는다고 생각해 봐. 삶의 비용은 더 줄고 더욱 풍요로워지겠지. 그것은 새로운 시스템, 삶나주의의 시작이야.

자 이로서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새로운 삶이 갖는 의미를 아주 간략하게 살펴봤어. 불편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이야기인데 마음 열고 끝까지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대만에 온 지 오늘로 60일. 중국, 일본, 동남아가 다 들어있는 대만은 내 삶과 찰떡궁합에 신비로운 보물섬이야. 여기서 찍은 사진들로 첫 뉴스를 마무리할 게. 안녕, 다음엔 태국에서 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