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사랑'과 연애의 참견
영화는 의외로 심리 신파극에 속했다. 중국 동포가 '사랑'을 위해서 마침내 목숨을 버리는... 내용이다. 나이 든 남편과 살던 중국 밀입국자인 아내(탕웨이)는 남편의 사고사 앞에서 침착하고 당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형사(박해일)의 의심을 받는다. 형사는 아내를 피의자로 규정하고 잠복근무를 시작했고 그녀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형사는 피의자를 사랑하게 된다. 형사는 피의자를 놓아주면서 떠나고... 그들에게 일상이 찾아오는 것 같았지만, 400여 일이 지난 후 그녀가 다시 그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나쁜 남자와 재혼하여 도망 다니는 신세였고 그 나쁜 남자는 그들의 관계를 알고 협박하기에 이르러서 형사(그)를 지키려고 그녀(남편 살인범)는 또 큰 일들을 해낸다.
박찬욱 답지 않은 이건 무엇인가...? 그런데,... 박찬욱다운 것인가. 그녀는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었다. 죽고 싶은 사람을 죽여주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죽이고 마침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그녀에게 '짧았던 사랑'은 밀입국자로서 온갖 고난을 딛고 지켜온 목숨만큼 소중했다. 살인자의 사랑... 은 의외로 소소한 장면이다. 자신을 의심하여 며칠 동안 집 앞에서 잠복한 형사에게서 자신을 지켜주는 따뜻함을 느낀 여자와 실루엣이 잘 보이지 않는 옷을 입은 여자에게서 실루엣을 느낀 남자가 서로 사랑한다. 여자는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고 그 남자는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의 발을 떼지 못하고 두 가지(일과 사랑)를 함께 진행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갱년기에 갑자기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하게 될 줄 몰랐다. 최근 저녁시간을 기다리다 본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누군가 연애 상담을 하면 패널들이 각자 의견을 내어서 조언하는 형식이다. 대부분의 상담은 끝내라는 조언으로 정리된다. 그 사람은 이래서 이상하고 저래서 이상하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라는 것이다. 뭐 애초에 못 마땅해서 글을 보냈겠지만, 거의 모든 결론이 비슷하니까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참고 감싸주고 기다리고 양보하는 사랑은 없고 기브 앤 테이크가 정확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되고 나보다 넘쳐도 모자라도 불편하다는 사랑 상담에 걱정이 되는 건 너무 노파심인가...
다시 만난 박해일이 탕웨이에게 '왜 그렇게 나쁜 남자랑 빨리 결혼했냐'라고 묻는다. 탕웨이가 답한다, 박해일과 '헤어질 결심'으로 결혼했다고. 그녀는 그 '헤어질 결심'으로 바닷가에 스스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