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관계
chapter 1
개와 고양이는 앙숙관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나 보다.
한 번도 임신해 보지 않는 개가 새끼 고양이를 지 새끼 돌보듯 하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그 개와 고양이를 기르던 어느 님은 각별한 개의 모성애? 에 감동했다고 전생에 그 새끼 고양이와의 관계가 동물이었는지 인간이었는지는 몰라도 진짜로 부모 자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릴 적 배웠던 국어 교과서에 개와 고양이가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 구슬을 찾기 위해 강을 건너는 삽화가 떠올랐다. 한 집에 살았던 그 개와 고양이도 무척 사이가 좋았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키우던 우리 집 진돌이와 양이의 관계를 지켜보면 개와 고양이 그들의 관계도 참으로 신기하면서 재미났다. 처음 우리 집으로 입양 온 새끼 고양이는 진돌이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등을 고추 세우고 하~악 거리며 경계를 하더니 도망가기 바빴다. 진돌이가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 이후 냥이는 진돌이 집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냥이를 안고 진돌이 집 쪽으로 갈라치면 유연한제 몸을 비틀어 손밖으로 재빠르게 빠져나가 멀치감치 도망쳐 버리기 일쑤였다.
냥이에 비해 묶여 있는 진돌이는 새끼 냥이가 궁금해 죽겠는지 멀리서도 새끼 고양이가 보이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자기 근처로 와보라는 듯 컹컹거리고 난리였다.
집에서 애정을 받고 자란 냥이는 부쩍 커지면서 사냥감을 다용도실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개구리, 잠자리, 메뚜기... 왜 자꾸 물고 오는지? 더 크면 뱀을 잡아끌고 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업무를 보는 제 주인이 집안에 있을 땐 주인이 들락거리는 다용도실 빨래 바구니에 들어앉아 꼼짝을 안 했다.
그러다가 제 주인이 밖에 나가면 재빠르게 앞장섰다.
마당에도 텃밭에도 농막에도 앞장서 가면서 장난치기 좋아했다.
나무 아래서 풀메는 일을 하고 있으면 풀섶에 숨어있다 폴짝 뛰어 손 움직임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 건드리고는 잽싸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재 빠른 자신을 뽐내기도 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집 앞 데크를 벗어나지 못하던 녀석이 집안 구석구석 텃밭까지 아니 집 경계를 떠나 산 쪽으로도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멀리나가 있다가도 주인의 인기척이 들리면 어느새 나타나 주변을 맴돌기도 했지. (냥이는 집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텃밭에서 뱀을 보고 난 이후로는 텃밭 갈 때 꼭 냥이를 데리고 갔다. 어린 고양이이지만 의지가 되니까
진돌이 근처엔 얼씬도 않던 냥이가 진돌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돌이 맞은편에 세워둔 자동차 밑으로 숨어들어 진돌이 동태를 살피더니 조금씩 조금씩 진돌이 가까이 다가 가더란 말이지.
여차하면 도망갈 자세를 취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본 진돌이는 미치고 환장한다.
자기보다 몇 배가 큰 개가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묶여 있으니 어쩌질 못하는 걸 알았는지 냥이가 대범해 지기까지했다. 진돌이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앞발을 세우고 다가선 진돌이 빰도 갈기기까지 했다.
이런~~~
묶인 진돌이가 참 안됐다.
진돌이를 풀어줘 버릴까? 고민도 해봤다.
천방지축 진돌이 뒷감당이 안될 것 같아 고민은 잠시로 끝나버렸지만
"진돌아. 너무 날뛰지 말고 진정하고! 양이 너는 진돌이 형아 놀리지 말고~"
(고양이는 양이, 개는 진돌이라 이름을 지음)
"진돌아. 양이야 사이좋게 지내거라~~~" 몇 번을 타일렀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학교 국어책에서 봤던 개와 고양이처럼 진돌이와 냥이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chapter 2
시골에 집짓기 시작할 무렵 2달 정도 된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처음 우리 집 왔을 때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차멀미에 기진맥진한 녀석이 참 애처로웠는데 그 강아지가 진돌이다. 어린 시절에는 목줄 없이 자유로워도 집 밖을 나가질 못했다.
대문 밖으로 데리고 나갈라치면 궁둥이를 뒤로 빼고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기도 했다.
몇 달 지나니 조금씩 영역이 넓어지고 옆집에 사는 다리가 짧은 강아지인 달이와 뒹굴고 찍고 까불고 장난치며 놀다가 옆집 주인한테 혼이 나 쫓겨 오곤 하였다. 아랫집 고추하우스 하는 농장에 메둔 암컷을 넘보다 연탄재 세례를 받고 의기소침했던 적도 있었다. 산비둘기 잡으러 천방지축 날뛰던 개 새끼에게 여기저기서 무언의 압력이 느껴지고 있을 즈음 급기야 주변 밭작물에 피해를 끼치고 말았다. 산비둘기 잡으려고~
진돌이에게 목줄을 채워 제 집에 묶었다.
자유분방하던 팔자였는데 예고 없이 묶이는 처지가 되다 보니 갑갑해 죽겠는지 서너 번 목줄을 끊고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탈출할 때마다 주인은 더 튼튼한 목줄을 채웠고 통제하기 힘든 녀석에게 초코 줄이란 개 훈련용 목줄을 사서 채우고 조였다 풀었다 주인과 같이 산책할 수 있도록 훈련도 시켰다.
하지만 목이 굵어지고 힘이 세진 녀석은 주인의 통제대로 따르지 않고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주인을 끌고 다니려 들다 보니 산책길에 동행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6월 초쯤인가 병아리 부화기 빌리러 고정리 친구 집에 방문을 했다.
그 집 장독대와 수돗가에는 고양이 새끼들과 어미 고양이가 떼를 지어 한가로이 느긋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칠 줄 모르고 경계하지 않아 만져 볼 수도 있었다. 태어난 지 2주 정도 됐다는 새끼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더라고~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딸내미를 위해 한 마리 분양해 왔다.
우리 집 들어서마 마자 묶여있는 진돌이와의 첫 만남은 이유없이 공격적인 새끼 냥이의 스트레스땜에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지간으로 그러려니 했다.
새끼 고양인 데다 딸아이가 좋아하니 지가 원하면 집안에서 지낼 수 있게끔 배려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밖에 나가 제 거처를 확보하더라고~ 에어컨 외기 아래 틈새가 안전하다 느꼈는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그곳에서 지냈다. 가끔은 열린 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안방 침대나 딸아이 침대에 자리 잡고 누워 있기도 했다.
주인아저씨는 기겁을 하며 쫓아내기 바빴고 학교에서 돌아온 딸내미는 냥이의 행동을 듣고 기특해하며 자기가 있을 때 들어오라고 손짓까지 해댔다.
어느 날은 끔찍이도 경계하고 싫어하던 진돌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건들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더니 점점 묶여있는 진돌이를 우습게 여겼다. 묶인 진돌이는 약이 바싹 올라 이리저리 제집 주변을 맴돌며 내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는 식이고 자유로운 양이는 진돌이 지붕으로 올라갔다 개집 근처 나무에 숨었다 진돌이를 한 대 치고 도망가며 약 올리기 바빴다. 양이는 꼬리가 짧아서인지 뛰는 모습이 게가 옆으로 달리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집안 곳곳에 있는 나무들 올라가 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나무도 아주 잘 탔다.
주인이 가는 곳 어디든 거치적거릴 정도로 잘 따라다닌다고 아들은 우리 집 냥이를 개냥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개와 고양이가 좋아하는 통닭 찌꺼기를 들고 양이를 불렀다.
우리 집에 먼저 들어온 진돌이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서다. 서열도 중요하겠다 싶었다.
통닭 찌꺼기를 들고 불러대니 주인의 다리에 바싹 붙어 따라오기 바쁘다.
진돌이는 꼬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흔들어댔다.
" 자.자.자 ~ 진돌아~
그만. 꼬리 떨어지겠다.
네가 형이니 진돌이 먼저 한입.
양이는 기다리고~"
하며 진돌이 밥그릇에 부드러운 닭뼈를 넣어주었다
진돌이가 입을 댄 후 양이 밥그릇을 일부러 진돌이 밥그릇 근처로 들고 와 양이 밥그릇에도 살이 붙은 부드러운 닭뼈를 넣어주었다.
그리고 진돌이와 양이는 한집 식구이니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타이르고 진돌이는 형. 양이는 동생이라고 주입시켰는데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와 같은 훈련을 몇 번 반복했었다.
양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약 5개월 만인가 보다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느 날 먹고 남은 고기덩이를 진돌이 간식으로 주기 위해 접시를 들고 진돌이에게 향하니 어김없이 양이가 앞장선다.
지나가는 말로 "양이야~ 진돌이 형아 안녕해야지~ "라고 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이는 겁도 없이 진돌이 집 마당에 올라서며 진돌이에게 다가가 장난을 걸고 냄새를 맡고 배를 드러내고 눕기도 하며 난리다. 오호~~~ 웬 시츄레이션?
"뭔 일 이래~~~ 진돌아~ 언제 양이와 이렇게 친해졌나?"
앙숙 같던 개와 고양이가 형제지간처럼 굴더라고 ~
참~ 신통방통하네. 말귀를 알았들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