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금리 인하'라는 연준의 앞문에만 온통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일은 시스템의 '뒷문'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서 '자산 매입 재개', 즉 '대차대조표 확대'라는, 금리 인하만큼이나 강력한 카드가 조용히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발언의 주체입니다. 뉴욕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는 "점진적 자산 매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라고 말했고, 심지어 대표적인 매파(긴축 선호)인 댈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마저 "연준은 자산 매입을 재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동조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말하던 매파가, 왜 갑자기 돈을 푸는 '자산 매입'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이는 연준이 지금 '두 개의 다른 불'을 끄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라는 거대한 불을 끄기 위해 '금리 인상(물)'을 뿌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물을 공급하는 소방호스 시스템(단기 자금 시장) 자체가 얼어붙을(유동성 고갈)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그 결정적인 증거가 지난 10월 말에 나타났었는데요. 10월 28일, FOMC 회의가 열리는 바로 그 순간, 단기 자금 시장 금리(SOFR)가 연준의 통제 범위 상단을 뚫고 4.31%까지 치솟는, 2019년 '레포 사태'와 똑같은 '금리 통제력 상실' 사태가 실시간으로 벌어진 것입니다.
연준은 2019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탠딩 레포(SRF)'라는 강력한 안전망을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10월 31일, SRF 사용량은 2021년 설립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배관이 막혔음'을 증명했죠. 연준의 최고 '배관공'인 로리 로건 총재마저 "SRF 금리를 초과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disappointed)"고 실패를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강력한 안전망을 뚫었을까요? 리포트들은 그 원인을 '관할 밖'의 문제, 즉 SRF에 접근할 수 없는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과도한 레버리지 수요 때문이라고 지목합니다. 2019년의 위기가 '은행'의 문제였다면, 2025년의 위기는 헤지펀드 등 '그림자 금융'에서 시작된 것이죠.
결국 윌리엄스와 로건의 '자산 매입 재개' 언급은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QE)'가 아닙니다. 이는 2019년의 'Not-QE'처럼, 금융 시스템 붕괴라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기술적인 배관 수리'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가면을 쓴 채, 조용히 금융 시스템의 최종 구원자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