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현금'을 다시 봐야 할까?

by 구미잉

"현금은 쓰레기다"라는 말이 다시 들려오는 듯합니다. AI 혁명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모든 자산이 오를 것이라는 '에브리씽 랠리'에 대한 열망이 뜨겁죠. 하지만 이 화려한 축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전혀 다른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시장이 '극단적 낙관론'에 빠져있다는 통념과는 달리, 실제 투자 심리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AAII 개인 투자자 심리 조사를 보면, 오히려 '약세 심리(비관론)'가 40%를 넘어서며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죠. 시장은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고 있는 걸까요? 답은 '에브리씽 랠리(모두의 랠리)'가 아닌, '극단적 쏠림'에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 시가총액의 거의 40%가 'AI'라는 단 하나의 내러티브에 묶인 10개의 초대형주에 집중되어 있죠. 시장은 '두 개의 시장'으로 완벽히 분열된 것입니다.


더 무서운 점은 이 '쏠림'이 순수한 믿음이 아닌, '과도한 레버리지(빚)'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산 '마진 부채' 규모는 최근 1조 1,260억 달러를 돌파하며 1년 만에 38%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마치 아슬아슬하게 높이 쌓아 올린 '젠가 타워'와 같습니다. 'AI 쏠림'과 '레버리지'라는 블록만을 계속해서 위로 쌓아 올리고 있죠. 이 위태로운 구조는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단 하나의 기대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연준이 시장의 기대(연내 3회 인하)와 달리, "기대보다 늦게, 적게" 금리를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골드만삭스와 같은 전문가들은 바로 이 '기대의 불일치'를 경고합니다. 이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10월 암호화폐 시장에서 불과 24시간 만에 190억 달러가 강제 청산되었던 악몽이 주식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진짜 거물들은 이 랠리를 추종하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분산 투자'를, 모건스탠리는 '현금 보유'를 강조합니다. 제이미 다이먼은 1.4조 달러의 '현금 요새'를 쌓고 있죠.


그들이 '현금'을 다시 보는 이유는, 현금이 '쓰레기'여서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시장에서, 현금이야말로 나의 자산을 지키고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한 방향을 외칠 때일수록, 이 고리타분한 지혜를 되새겨봐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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