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시장의 반등을 보며 안도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편으론 이게 진짜 바닥일까 하는 의구심도 드셨을 겁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구원 투수처럼 등장해 시장을 진정시켰지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시간을 작년 여름으로 돌려보죠.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겠다고 큰소리치다가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자 단 이틀 만에 꼬리를 내렸습니다. 소위 샤워실의 바보들이죠. 물이 차가우면 뜨거운 물을 확 틀고, 뜨거우면 다시 찬물을 확 틀어버려 적당한 온도를 못 맞추는 겁니다. 지금 일본이 딱 그렇습니다. 엔화 약세 괜찮다고 했다가 물가가 뛰니 안 되겠다며 말을 바꾸고, 또 시장이 겁을 먹으면 천천히 하겠다며 물러섭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속에 엔화는 방향을 잃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이 떠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 보기가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훨씬 더 고단수 조련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최근 시장이 힘들 때마다 묘하게 호재가 하나씩 터져 나오는 걸 눈치채셨나요? 사우디에서 1조 달러 투자를 받아오고, 중동에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해 줍니다. 심지어 관세 폭탄을 예고해 놓고는, 슬그머니 커피나 코코아 같은 생필품 관세는 없애주겠다고 합니다.
이걸 월가에서는 TACO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해 채찍 뒤에 주는 당근입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아주 영리합니다. 처음부터 다 풀어주지 않습니다. 일단 시장을 꽉 조여서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그러다 시장이 못 살겠다고 비명을 지르면, 그때 선심 쓰듯 하나씩 규제를 풀어주는 거죠.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처음부터 잘해주던 선임이 화내면 배신감이 들지만, 맨날 갈구던 선임이 초코파이 하나 던져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거든요. 트럼프는 지금 시장을 상대로 이 심리를 기가 막히게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윌리엄스의 비둘기파적 발언이나 트럼프의 깜짝 선물에 환호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시장이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진통제나 조련용 간식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이 결국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도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는 마냥 돈을 풀거나 관세를 깎아줄 수만은 없을 겁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정책 당국자들의 입만 쳐다보는 천수답 장세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갈팡질팡하고, 미국은 줬다 뺏기를 반복합니다. 이 변동성의 파도 속에서 휩쓸리지 않으려면, 달콤한 뉴스 한 조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책의 큰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조련사가 주는 간식은 맛있지만, 그 간식을 먹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