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입니다. 이번 주는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기다리고 있어 월가는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입니다. 트레이더들은 휴가를 떠날 준비에 분주하고,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소위 얇은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죠. 그런데 이 한산한 교실에 아주 묵직한 전학생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입니다. 오늘은 베센트가 시장에 던진 안도감과, 그 이면에 숨겨진 연준의 마지막 숙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선 주말 사이 브라질에서 열린 G20 회의는 소문만 무성했지, 결국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환율 안정을 위한 극적인 합의는 없었고, 각자도생이라는 냉혹한 현실만 확인했죠. 이러면 보통 월요일 아침 아시아 시장은 발작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의외로 시장은 차분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미국 국채 금리는 뚝 떨어지며 환호했죠. 그 이유가 바로 베센트 효과입니다.
스콧 베센트, 그는 뼛속까지 시장주의자입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했던 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터뜨리고, 빚을 내어 돈을 펑펑 쓰면서 국채 금리가 폭등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런데 베센트는 다릅니다. 그는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관세도 협상용이라며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채권 시장 입장에서 보면, 미친 듯이 날뛰던 야생마(재정 적자)를 제어할 노련한 조련사가 등장한 셈입니다. 덕분에 국채 금리는 안정을 찾았고, 주식 시장도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뜻밖의 선물도 더해졌습니다.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들려온 평화 무드 덕분에 유가가 뚝 떨어졌거든요. 인플레이션이라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줄어드니, 베센트가 그리는 질서 있는 경제 그림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파티를 즐기기엔 아직 이릅니다. 베센트가 재정을 통제하겠다고 해도, 당장 우리 앞에 놓인 물가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이번 주 수요일,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인 PCE가 발표됩니다. 월가는 여전히 물가가 끈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팁 면세나 초과근무 수당 비과세 같은 정책들이 소비를 자극해서 서비스 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번 주는 얇은 시장입니다. 거래량이 적을 때 호재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만약 PCE 지표가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나온다면 시장은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휴가 떠난 시니어들 대신 자리를 지키는 주니어들과 기계적인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을 휘젓고 다닐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베센트라는 안도감과 PCE라는 경계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베센트가 가져온 안도감이 달콤하긴 하지만, 그것이 당장 내일의 물가를 잡아주는 건 아닙니다. 추수감사절 식탁에 칠면조는 올라왔지만, 계산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번 주는 화려한 뉴스에 휩쓸리기보다, 거래량이 얇아진 시장이 보여줄 변동성을 차분하게 경계하며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