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불금과 10만 달러의 꿈

by 구미잉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반나절만 문을 열었던 금요일 증시, 결과는 아주 화려했습니다.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1월을 마무리했죠. 거래량이 적은 얇은 시장이었지만, 베센트 효과로 국채 금리가 안정되자 투자자들은 망설임 없이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겉으로 보면 산타 랠리는 이미 시작된 것 같고, 시장은 더할 나위 없는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즐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시선을 월가에서 메인 스트리트, 즉 우리네 쇼핑 거리로 돌려보면 풍경이 사뭇 다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하면 떠오르던 오픈런,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좀비 떼처럼 달려들던 그 인파는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작년보다 8% 넘게 줄어들었고, 매장은 한산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만져보고는 정작 결제는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찾아 온라인에서 합니다. 덕분에 온라인 매출은 108억 달러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지만, 오프라인 상권은 쓸쓸한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온라인 매출 신기록을 만든 돈의 정체입니다. 현금이 넘쳐서가 아닙니다. 당장 돈이 없어서 외상을 쓰는 BNPL 결제액이 작년보다 9% 가까이 늘었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BNPL 이용자 5명 중 1명은 당장 현금이 부족해서 할부를 썼다고 답했습니다. 즉, 지금의 소비 호조는 내 주머니의 돈이 아니라 미래의 돈을 미리 당겨 쓴 빚잔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화려한 매출 숫자 뒤에는 1월에 날아올 청구서를 걱정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한숨이 섞여 있는 셈이죠.


한편, 주식 시장이 쉬는 주말 동안 24시간 돌아가는 코인 시장은 또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데요. 보통 연휴 기간에는 거래량이 줄어 가격이 빠지기 쉬운데, 이번에는 아주 견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10만 달러라는 상징적인 숫자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탐욕과 희망이 응집된 결정체니 까요.


결국 지금 우리는 아주 기묘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주식과 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향해 달려가는데, 정작 거리의 상점들은 비어 가고 사람들은 빚을 내어 쇼핑을 합니다. 자산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실물 경제의 차가운 현실, 이 둘 사이의 괴리가 그 어느 때보다 벌어져 있습니다. 화려한 파티를 즐기되, 그 파티가 빚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파티가 끝나고 음악이 멈췄을 때, 누가 빚더미 위에 앉아 있게 될지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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