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초입, 시장에는 아주 기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보통 경기가 식어가면 물가도 같이 내려가는 게 정석인데, 지금 미국 경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거든요. 어제 발표된 11월 ISM 제조업 지수는 48.2를 기록했습니다. 기준선인 50을 밑도는 위축 국면이 벌써 9개월째 이어지고 있죠. 공장의 기계 소리는 줄어들고, 신규 주문은 말라가고, 기업들은 사람을 뽑기는커녕 줄이고 있습니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경기 침체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물가입니다. 공장은 멈춰가는데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14개월 연속 상승 중입니다. 알루미늄, 구리 같은 원자재값이 뛰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죠. 경기는 나쁜데 물가는 오르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무섭다고 가르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대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지금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용 시장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지난달 셧다운 여파로 발표 연기되었거든요. 노동자들이 제 발로 회사를 나가는 퇴사율이 뚝 떨어졌다는 지난 데이터만 봐도 고용 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은 분명한데, 정확히 얼마나 식었는지 확인할 길이 막혀버린 겁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채권 시장은 아주 솔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통 제조업이 망가지면 금리를 내려줄 거라 기대하며 국채 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어제는 오히려 4.09%로 튀어 올랐습니다. 시장은 경기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겁니다. 서비스업이 여전히 3.9%라는 놀라운 성장률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다시 꿈틀대니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결국 지금 시장은 제조업의 비명과 서비스업의 환호, 그리고 물가의 위협이 뒤엉킨 거대한 안갯속에 갇혀 있습니다. 연준 파월 의장의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가 무섭고, 물가를 잡자니 공장들이 쓰러질 판이니까요. 우리는 지금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가 되는 단순한 구간을 지나, 나쁜 뉴스가 진짜 나쁜 뉴스이자 동시에 인플레이션 뉴스가 되는 아주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