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을 향해 가는 지금, 시장 참여자들은 아주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연준은 분명 금리를 내린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가 체감하는 시장 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마치 고장 난 엘리베이터처럼 위로만 솟구치고 있으니까요. 교과서대로라면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 금리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 비밀은 텀 프리미엄, 우리말로 기간 프리미엄이라는 녀석에게 있습니다. 기간 프리미엄은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내 돈을 장기간 묶어두는 것에 대해 요구하는 일종의 웃돈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이 웃돈은 비싸지죠. 지금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법원에 막히면, 부족한 세수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미친 듯이 찍어낼 거라 걱정하고 있습니다. 국채가 쏟아져 나오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으니, 투자자들은 더 많은 웃돈을 요구하며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겁니다. 연준이 단기 금리를 내려도, 장기적인 재정 불안이라는 불확실성이 금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바다 건너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은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고 있습니다. 일본 국채 금리가 2% 가까이 오르자, 일본 투자자들은 굳이 미국 국채를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해외에 나갔던 일본 자금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자본 회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국채 시장의 큰손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중국 역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죠. 사줄 사람은 없는데 파는 사람만 넘쳐나니 금리가 튀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아주 난처한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습니다. 엔화는 여전히 약세라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고, 중국은 위안화를 방어하면서도 덤핑 공세를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도 밀리고, 자본 유출도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죠. 원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이 안 늘어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금리 상승은 경기가 좋아서 오르는 착한 상승이 아니라, 재정 불안과 수급 꼬임이 만들어낸 나쁜 상승입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내 대출 금리가 당장 떨어질 거라 기대하는 건 위험한 착각일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라는 환상보다는, 국채 금리의 발작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2026년은 우리가 알던 금리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아주 낯선 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