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엔화, 일본은행은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by 구미잉

내일,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도쿄로 향합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폭풍전야입니다. 현재 0.5%인 금리를 0.75%로 올릴 확률이 무려 98%에 달한다는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은 확정적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일본의 금리에 이토록 예민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엔캐리 트레이드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금리가 거의 제로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 기술주나 신흥국 자산에 투자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이 공짜나 다름없던 자금줄이 마르게 됩니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 이것이 시장이 두려워하는 2025년의 마지막 블랙 스완입니다.


현재 일본의 지표들은 인상의 명분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3%대로 일본은행의 목표치를 훌쩍 넘겼고, 내년 임금 인상 요구도 5%를 상회합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합니다. 일본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2.3%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차갑게 식어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우에다 총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엔화 환율은 여전히 달러당 150엔을 넘나들며 일본 정부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자니 가뜩이나 힘든 경기가 얼어붙을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 물가가 폭등합니다. 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에다 총재는 결국 금리 정상화라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내일의 금리 인상 그 자체보다, 우에다 총재가 던질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내일의 인상이 끝이 아니라 2026년에도 계속될 긴축의 시작임을 선언한다면, 전 세계 유동성의 흐름은 급격히 바뀔 수 있습니다.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일본 국채 금리는 이미 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이 트럼프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사이, 등 뒤의 일본이 거대한 자금의 썰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때입니다. 잠자던 엔화가 깨어나는 순간, 우리가 누려온 이지 머니의 파티는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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