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쇄국에서 달러 귀환으로

1,480원 방어선의 비밀

by 구미잉

2025년 12월, 한국의 외환 시장은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투를 치렀습니다. 달러당 1,480원이라는 마지노선이 위협받자 정부는 단순히 보유한 달러를 푸는 것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외환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바로 달러의 귀환 프로젝트입니다.


과거 환율이 1,100원대이던 시절 정부의 고민은 밀려드는 달러를 어떻게 밖으로 내보낼까였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했죠. 하지만 2025년 지금,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나가는 돈은 막을 수 없으니 나갔던 돈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역발상을 택한 것입니다.


첫 번째 카드는 기업 유보금의 봉인 해제입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 쌓아둔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AI나 반도체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면 추가 혜택까지 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꿔서 투자하면 세금도 아끼고 미래도 준비하는 일석이조의 셈법이 완성됩니다.


두 번째 카드는 서학개미의 유턴입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개인들이 주식을 팔고 그 돈을 한국 시장으로 가져오면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리쇼어링 투자 계좌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220조 원에 달하는 서학개미의 자금을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하지만 정책만으로 시장을 이길 순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6년 환율이 다시 1,200원대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두 2026년 환율의 바닥을 1,400원대로 보고 있습니다. 1,400원이 우리가 적응해야 할 새로운 표준이 된 것입니다.


이유는 달라진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과거 원화는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와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원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미국 AI 주식입니다. 엔비디아가 오르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면서 원화가 오르고, 엔비디아가 떨어지면 썰물처럼 돈이 빠져나가며 원화가 급락합니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에 의존하는 한, 원화는 미국 기술주의 하청업체 주가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결국 정부의 달러 귀환 정책은 1,500원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한 방파제일 뿐 물길 자체를 돌리지는 못합니다. 2026년, 우리는 1,400원대 환율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원화의 진정한 반등은 정부의 개입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증명해 낼 때 비로소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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