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채찍 대신 당근을 물었다

by 구미잉

2026년 새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수년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중국 시장에서 미묘하지만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예상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새로운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 관세를 18개월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고, 중국은 이에 화답하듯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수출 국가는 자국 통화의 약세를 선호한다는 통념과는 배치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 변화는 경제를 거대한 댐에 비유할 때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해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침체로 위축된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즉 댐 안에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인 셈이죠. 하지만 환율이라는 수문

이 열려 있어 위안화 약세 기대심리가 팽배하다면, 어렵게 공급한 유동성은 자본 유출이라는 형태로 댐 밖으로 새어 나갈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현재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은 이 수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행위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줌으로써 자본 이탈을 막고, 댐 내부로 공급되는 유동성이 해외가 아닌 중국 내 주식 시장과 내수 시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죠. 이는 수출 가격 경쟁력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내수 자산 가치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과거 2005년의 사례는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당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을 때 수출 둔화 우려가 컸으나, 실제로는 환차익을 노린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며 상해 증시는 역사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경제 기초 체력은 당시와 다르지만, 환율 절상이 자산 가격 재평가의 트리거가 된다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미국이 제공한 18개월의 관세 유예 기간은 중국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이 제거된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2027년까지 관세 리스크가 희석됨에 따라, 과도하게 할인되었던 중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걷힌 시장은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크겠죠.


결국 중국은 대외적인 마찰을 피하고 내부의 유동성을 가두어 자산 가치를 높이는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안화 강세와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는 2026년은 그동안 침체되었던 중국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모색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중적인 비관론이 지배적인 지금이, 역설적으로 투자의 관점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일 수 있음을 한 번쯤 주시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화려한 파티 뒤에 날아올 청구서, 미국 소비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