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포스의 귀환, 그리고 유가의 딜레마

by 구미잉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이 델타포스라는 강렬한 단어로 뒤덮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전격적으로 군사 개입을 단행했다는 소식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충격을 줍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 사건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의 핵심인 국제 유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죠. 과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쳤던 것처럼, 이번에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빗장을 강제로 열어 원유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유가가 시원하게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의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유전 설비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낡은 수도꼭지를 억지로 튼다고 해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녹슨 파이프가 터져버릴 수도 있죠. 유의미한 공급이 나오기까지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오히려 시장은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2021년 아프간 철수 이후 잠잠했던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도를 단숨에 높였습니다. 중동의 화약고는 여전히 뜨겁고, 아시아의 긴장감도 팽팽한 상황에서 남미까지 전선이 확대된 꼴입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은 원유 공급망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며, 유가의 하락을 막는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도 저유가 시나리오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의 바람대로 유가가 폭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셰일 기업들과 OPEC 산유국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생산을 멈춥니다. 유가가 너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은 다시 튀어 오르는, 이른바 공급자의 파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재정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군사 작전과 그 이후의 국가 재건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재정 적자를 확대시키고 국채 발행을 늘리는 요인이 됩니다. 오늘 새벽 금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단순히 전쟁 공포 때문만이 아닙니다. 달러를 찍어내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 즉 화폐 가치의 하락에 대한 베팅이 함께 들어있는 것입니다.


결국 델타포스의 투입은 물가를 잡으려는 시도였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에 더 큰 불안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유가는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불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갈 것이고, 금은 재정 우려를 먹고 자라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의 힘이 과연 시장의 공포를 누를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격이 될지. 2026년의 에너지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변동성의 파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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