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자산보다 매달 500만 원이 더 소중한 이유

부의 인문학 3부

by 구미잉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은 시가 100억 원에 달하는 빌딩을 소유하고 있지만 공실로 인한 관리비와 대출 이자를 메꾸느라 매달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자산가입니다. 다른 한 명은 가진 자산은 크지 않지만 매달 500만 원의 배당금과 연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은퇴자입니다. 사회적인 통념으로는 전

자가 훨씬 성공한 부자처럼 보이지만 뇌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후자가 더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의 척도를 순자산이라는 숫자로만 평가합니다. 하지만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은 특정 시점을 찍은 정지된 스냅샷일 뿐이고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동영상과 같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스냅샷을 가지고 있어도 당장 생활을 유지할 혈액인 현금이 돌지 않으면 삶이라는 동영상은 제대로 재생되지 못합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산의 감옥에 갇혔다고 표현합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엘다 샤피르 교수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가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터널링 효과로 설명합니다. 당장의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 사람의 뇌는 마치 터널 안에 갇힌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고 인지 대역폭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유발하여 아무리 많은 자산을 가졌더라도 상황적 멍청함에 빠지게 만들고 결국 조급한 판단으로 소중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실수를 범하게 합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시세 차익과 현금 흐름은 전혀 다른 영역을 자극합니다. 주가가 오를 때 느끼는 대박의 기쁨은 도파민의 영역입니다. 도파민은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드는 갈증을 유발하고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편도체의 공포를 동반합니다. 반면 매달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월세나 배당금 같은 현금 흐름은 세로토닌의 영역입니다. 세로토닌은 우리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깊은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을 선물합니다. 예측 가능한 소득은 뇌의 공포 중추를 진정시켜 투자자가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비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을 조금씩 파는 네스트 에그 전략은 심리학적으로 큰 약점이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금이 줄어드는 것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손실 회피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락장이 오면 거위의 살점을 떼어내는 듯한 공포를 느끼게 되죠. 하지만 현금 흐름 중심의 투자는 거위는 그대로 둔 채 거위가 낳은 황금알만 꺼내 쓰는 것입니다. 원금은 지키면서 과실만 누리는 이 구조는 그 어떤 폭락장에서도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심리적 방파제가 되어줍니다.


진정한 경제적 자유는 통장에 찍힌 0의 개수가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현금의 흐름에서 나옵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부자가 아니라 자산을 관리하는 관리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도파민 섞인 흥분을 주고 있나요 아니면 세로토닌 같은 평온함을 주고 있나요.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평화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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