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인문학 4부
전 세계 부호들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의 자산 이전 전문 기관인 윌리엄스 그룹이 25년간 3,000여 가문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부유한 가문의 70퍼센트가 2대에서 재산을 잃고 90퍼센트는 3대에 이르러 빈털터리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부불삼대나 서구권의 셔츠 차림에서 셔츠 차림으로라는 속담은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냉혹한 통계적 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속세가 너무 많아서 혹은 자녀가 투자를 못 해서 부가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포트에 따르면 실패 원인의 95퍼센트는 세금이나 투자 실패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원인은 가족 내부의 소통 부재와 준비되지 않은 상속인이라는 인적 요인에 있었습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국의 밴더빌트 가문입니다. 19세기 철도왕 코넬리어스 밴더빌트는 당시 미국 재무부 보유고보다 많은 현금을 가진 당대 최고의 부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녀들에게 돈을 지키라는 유언 외에는 그 어떤 철학이나 시스템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후손들은 그 돈을 흥청망청 쓰기 바빴고 결국 그가 사망한 지 불과 48년 만에 가문 행사에는 백만장자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준비 없는 상속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 셈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자병이라고 부릅니다. 노력 없이 거액을 손에 쥔 자녀들은 삶의 동기를 잃어버립니다. 내가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가졌다는 생각은 성취감을 앗아가고 결국 무기력증과 정체성 혼란을 야기합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자녀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는 것은 그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죽이는 잘못된 애정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수백 년간 부와 명예를 지키고 있는 가문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록펠러 가문이나 유대인들의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들은 돈을 물려주기 전에 돈을 다루는 철학을 먼저 물려줍니다.
워런 버핏의 상속 철학은 아주 명확합니다. 자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은 주되 아무것도 안 해도 될 만큼은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재산의 99퍼센트를 기부하고 나머지 1퍼센트 미만만을 자녀에게 남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신 자녀들에게 거대한 자선 재단을 운영할 권한을 주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자금을 운용하는 경영 능력을 기르게 했습니다. 유산은 소비할 돈이 아니라 세상을 경영할 기회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유대인들의 교육 방식인 하브루타와 츠다카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들은 식탁에서 자녀와 함께 돈의 흐름과 경제 뉴스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또한 만 13세 성인식 때 받은 축의금을 부모가 뺏지 않고 자녀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게 하여 복리의 마법을 경험하게 합니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과 그물을 관리하는 지혜를 어릴 때부터 심어주는 것입니다.
리포트에서 제안하는 100년 가문을 위한 실천 전략 중 하나는 패밀리 뱅크 시스템입니다. 자녀가 사업 자금이나 주택 자금이 필요할 때 돈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가문 내부의 은행에서 빌려주는 것입니다. 자녀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돈을 빌린 뒤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공짜 돈은 없다는 사실을 배우고 신용 관리와 책임감을 익히게 됩니다.
결국 위대한 유산은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닙니다. 그 숫자를 지키고 불릴 수 있는 태도와 가치관 그리고 가문의 정신입니다. 자녀에게 거액이 든 통장을 쥐여주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통장을 다룰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물려준다면 그 아이는 돈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소멸해 버릴 자산이 아니라 평생을 지탱해 줄 삶의 태도가 아닐까요. 진정한 부는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당신의 삶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