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잊히지만 가치는 남는다

돈의 온기 1부

by 구미잉

여기 1,000만 원짜리 명품 가방과 500만 원짜리 가족 여행 티켓이 있습니다. 백화점 쇼윈도 앞에서 가방을 바라볼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폭발합니다. 저것만 가지면 완벽해질 거야라는 짜릿한 기대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반면 여행 티켓은 당장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전까지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해 보입니다.


하지만 1년 뒤 두 소비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코넬대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물건을 샀을 때의 행복은 쾌락 적응 때문에 빠르게 사라집니다. 새 가방의 가죽 냄새는 옅어지고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게다가 친구가 더 신상 가방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 내 가방은 더 이상 기쁨이 아닌 비교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반면 여행의 기억은 정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장밋빛 회상이라고 부릅니다. 여행지에서 겪었던 고생조차 시간이 지나면 그때 참 재미있었지라는 추억으로 미화됩니다. 무엇보다 경험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되어 내 정체성의 일부로 남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명품 백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답하는 사람보다 저는 파리의 비 오는 거리를 걸어본 사람입니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워런 버핏은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종종 가격표의 숫자에 현혹되어 진짜 가치를 놓칩니다. 50퍼센트 할인이라는 빨간딱지에 흥분해서 정작 나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며 돈을 벌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돈을 쓴 것이지 번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지갑 속에 꼬깃꼬깃해진 영수증들을 한번 꺼내보세요. 그것은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닙니다. 당신이 무엇을 욕망했고 누구를 사랑했으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자서전입니다. 물건이 가득한 방보다 추억이 가득한 머릿속을 만드는 것. 그것이 차가운 돈에 온기를 불어넣는 첫 번째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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