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온기 2부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이 학생들에게 돈이 든 봉투를 나눠주었습니다. 봉투에는 5달러 혹은 20달러가 들어 있었죠. 연구팀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A그룹은 오늘 오후 5시까지 이 돈을 당신을 위해 쓰세요. B그룹은 오늘 오후 5시까지 이 돈을 남을 위해 쓰거나 기부하세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달러를 자신을 위해 쓴 사람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액수와 상관없이 남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이 자신을 위해 쓴 그룹보다 훨씬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5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친구에게 사준 사람이 20달러짜리 옷을 산 사람보다 더 행복했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경제학자 제임스 앙드레오니는 이를 웜 글로우, 즉 따뜻한 빛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뇌에서는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는데 이때 느끼는 기쁨이 마치 마음속에 따뜻한 빛이 켜지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타인을 위해 돈을 쓸 때 뇌는 도파민뿐만 아니라 옥시토신과 같은 결속 호르몬을 함께 분비합니다. 이는 단순한 쾌락을 넘어 깊은 유대감과 안정감을 선물합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기부의 역설입니다. 보통 돈을 쓰면 내 재산이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남에게 돈을 베풀 때 우리의 뇌는 나는 남을 도울 만큼 충분히 부유하다는 신호를 받아들입니다. 이를 심리적 부유감이라고 합니다. 돈을 움켜쥐고 있을 때는 언제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돈을 흘려보낼 때는 오히려 내가 돈의 주인이 된 듯한 풍요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강물은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돈의 온기는 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를 때 비로소 발생합니다. 이번 주말 5만 원으로 나를 위해 맛있는 밥을 먹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밥을 한 번 사보는 건 어떨까요. 통장의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당신의 마음속 행복 잔고는 그 어느 때보다 두둑해질 것입니다. 남을 위해 지갑을 여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벌고 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