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맡기는 용기

돈의 온기 3부

by 구미잉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심각한 시간 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알람과 마감에 쫓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애슐리 윌런스 교수는 이런 상태를 시간 빈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시간 빈곤은 단순한 바쁨이 아니라 우리 뇌를 생존 모드로 전환시켜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병적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소비입니다. 윌런스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주말에 40달러로 옷이나 와인을 산 사람보다 그 돈으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 청소를 맡긴 사람이 훨씬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얻은 자유 시간이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강력한 완충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사는 것에 유독 인색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데는 100만 원을 쉽게 쓰면서 5만 원짜리 청소 서비스를 부르는 데는 손을 떱니다.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는데 돈을 쓰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나 집안일은 직접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바쁨의 지위화라고 설명합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능력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증명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여유를 위해 돈을 쓰는 행위는 마치 게으름을 돈으로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하지만 진정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많은 사람입니다. 유명 작가 마야 안젤루는 글을 쓸 때 방해받지 않기 위해 호텔 방을 빌려 출근했습니다. 집안일과 일상의 잡음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오롯이 창작에 집중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 것입니다. 그녀에게 호텔비는 낭비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지키기 위한 투자였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일을 내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일을 내가 해야만 하는가로 말이죠. 당신이 싫어하고 잘하지 못하는 일은 과감하게 남에게 맡기세요. 그리고 그 돈으로 산 귀한 시간을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일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세요. 그것이야말로 돈을 가장 가치 있게 태우는 방법이자 당신의 삶에 자유를 선물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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