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폭주와 흔들리는 머니게임

by 구미잉


2026년 1월의 셋째 주말, 글로벌 금융 시장은 숨을 죽인 채 한 사람의 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이제 거침이 없습니다. 그린란드에 파병한 국가들에게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는 그가 가진 권력의 욕망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선 노골적인 힘의 과시는 글로벌 경제의 룰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나무가 없듯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도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주말, 시장의 시선은 트럼프의 창보다 그 창을 막아내려는 방패들에 쏠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방패는 미국의 심장, 연준(Fed)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예스맨, 케빈 해싯을 차기 연준 의장에 앉히고 싶어 했습니다. 현직 의장인 파월을 검찰 조사로 압박하면서까지 말이죠.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금리를 내리는 꼭두각시가 의장이 된다면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다시 깨어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은 채권 금리 급등이라는 발작으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베센트 재무장관조차 대통령을 만류해야 했습니다. 유력했던 충성파 후보 대신 시장의 신뢰를 받는 케빈 워시나 릭 라이더 같은 인물들이 급부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자본주의의 성역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이 금리를 통제하려 할 때 시장은 신뢰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복수합니다.


두 번째 방패는 환율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약한 달러를 원하지만 정작 그의 정책들은 강한 달러를 부추기는 모순, 이른바 트럼프의 역설에 빠져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들고 엔화가 맥을 못 추자 드디어 국제 공조라는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펀더멘털을 언급하며 원화 약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일본 역시 미국과의 공동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태도 변화는 의미심장합니다. 엔저를 즐기던 일본은행 내부에서조차 4월 조기 금리 인상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나친 자국 통화 약세가 경제에 독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달러 강세에 배팅했던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오르려는 힘과 찍어 누르는 힘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시장의 균형추는 다시 맞춰지기 마련입니다.


오는 20일에는 대법원의 관세 판결이 예정되어 있고 다보스 포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는 여전히 뜨겁고 위태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권력과 시장이 강 대 강으로 부딪치는 역동적인 머니게임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의 입이 파도를 일으킬 수는 있어도 바다의 흐름까지 바꿀 수는 없습니다. 경제에는 정치로 꺾을 수 없는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한쪽으로 쏠린 공포보다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시장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차분하게 다음 주를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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