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등락 뒤에서 조용히 오르는 것들

by 구미잉

지난 2주는 그야말로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5,20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베센트 재무장관의 강달러 지지 발언 한 방에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달러 가치가 널뛰기를 하고 은 가격이 30%씩 녹아내리는 동안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환율 시장의 화려한 등락에 쏠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테랑 투자자들은 화려한 불꽃놀이가 터지는 곳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구석을 살핍니다. 지금 시장의 진짜 흐름은 소음 뒤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신호는 남반구 호주에서 울렸습니다. 전 세계가 이제 미국도 금리를 내릴 거야라며 기대를 하고 있을 때 호주 중앙은행은 보란 듯이 기준금리를 3.85%로 기습 인상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호주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믿어

왔던 물가 전쟁 승리가 착각일 수 있음을 알리는 조용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신호는 원자재 시장의 기이한 엇갈림입니다. 우리가 금값의 급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실물 경제의 핏줄인 구리와 원유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간 구리는 18% 원유는 13%나 상승했습니다. 금은 투기 심리로 움직이지만 구리와 기름은 실제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입니다.

지금 AI 데이터 센터를 돌리기 위해 전기가 부족하고 그 전기를 보낼 전선인 구리가 부족합니다. 트럼프가 증산을 외쳐도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돈을 풀어도 해결되지 않는 물리적 결핍입니다.


우리는 지금 2006년의 데자뷔를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도 연준 의장이 바뀌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돌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결국 다시 고금리의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호주는 이미 방아쇠를 당겼고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생산성 혁명을 외치며 고성장과 저물가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금융 자산의 파티는 잠시 멈추었고 이제 실물 자산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은 트럼프의 트윗이나 환율 창만 쳐다볼 때가 아닙니다. 주유소의 기름값과 구리 가격을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달러라는 환상에서 눈을 돌려 실물의 흐름에 차분히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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