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2부

정부가 아닌, 돈을 보라: 밀턴 프리드먼의 반격

by 구미잉

1970년대,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실업률이 높은데 물가까지 치솟는, 당시의 경제학 교과서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친 것이죠.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하면 물가가 폭등하고, 물가를 잡으려 허리띠를 졸라매면 실업자가 넘쳐나는 진퇴양난의 시대. 이 지적인 혼란 속에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한 경제학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케인즈의 아이디어는 서구 경제 정책의 절대적인 교과서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이 교과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높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었죠. 케인즈의 처방대로 정부가 돈을 풀어 실업률을 잡으려 하면 물가가 더 치솟고, 물가를 잡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실업률이 악화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시대였는데요. 실제로 1970년대 후반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서는 동시에 실업률도 7%를 상회하는 최악의 조합을 경험했습니다.


이 지적 공백을 뚫고 등장한 인물이 바로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입니다. 그는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케인즈가 말한 ‘정부 지출’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단 한 곳으로 지목했습니다. 바로 ‘돈의 양(통화량)’이었습니다.


프리드먼의 가장 유명한 명제,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말은 그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의 생각은 간단했습니다. 한 나라의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데, 중앙은행이 돈의 양만 두 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물건 가격만 두 배로 오를 뿐이라는 것이죠. 그는 경제 문제의 근원이 정부의 ‘지출’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했죠.


그의 분석이 가장 빛났던 대목은 당시 경제학의 상식이었던 ‘필립스 곡선’을 무너뜨린 순간이었는데요. 당시 경제학자들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믿었습니다. 약간의 물가 상승을 감수하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프리드먼은 이 관계가 단기적인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연실업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실업률을 이 자연실업률 밑으로 낮추려고 시도할 때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뿐이라고 설명했죠. 정부가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아, 물가가 올라서 내 월급의 진짜 가치가 떨어졌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들은 다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 남는 것은 원래 수준의 실업률과 더 높아진 물가뿐입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바로 이 이론이 현실에서 증명된 뼈아픈 사례였습니다.


프리드먼의 사상은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는데요. ‘고용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케인즈적 목표 대신,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임무가 되었죠. 그의 이론적 승리는 인플레이션 통제가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필수 전제라는 인식을 확립시켰습니다. 다만, 그의 날카로운 이론을 현실 세계의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에 적용하여 칼을 휘두르는 것은, 또 다른 결단력 있는 인물의 등장을 필요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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