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두고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는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취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투자를 늘린다고 하면 그 자체로 주가가 오르고 환호를 받았습니다. 마치 미래의 성공을 미리 당겨와서 축배를 드는 것 같았죠.
그런데 지금은 그 축제의 열기가 식어가며 냉정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투자는 100을 했는데 왜 수익은 10밖에 안 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성적표를 받아 든 투자자들은 이제 깐깐한 감사관으로 변했습니다. 기대감이 확신에서 의구심으로 바뀌는 순간 시장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위험 요소를 찾아내곤 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의구심이 단순히 특정 기술주 몇 개의 주가 등락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미국 경제는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AI 투자라는 단 하나의 엔진에 의존해 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 경제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풍요를 누리는 자산가 계층이 극명하게 갈려 있는 K자형 경제입니다. 놀랍게도 미국 전체 소비의 상당 부분을 이 상위 계층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지갑을 여는 열쇠는 월급이 아니라 주가 상승입니다. 나스닥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났다고 느끼고 기분 좋게 지갑을 엽니다. 그런데 이 나스닥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AI입니다.
만약 AI 수익화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흔들리면 어떻게 될까요. 자산 가치가 줄어든 고소득층은 즉각 지갑을 닫을 것입니다. 서민들은 이미 돈이 없어 소비를 못 하는데 부자들마저 소비를 멈추면 미국 경제는 순식간에 멈춰 서게 됩니다. AI라는 단일 테마가 흔들리면 미국의 성장 엔진인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식어버릴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더 큰 걱정은 물가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잡아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의 AI는 전기를 먹는 하마이자 구리를 집어삼키는 괴물입니다. 생산성은 아직 제자리인데 비용만 먼저 오르는 병목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특정 산업 하나가 경제 전체를 하드캐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산업이 위대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기둥 하나에 금이 가면 지붕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장이 AI에게 던지는 깐깐한 질문들은 어쩌면 우리 경제가 너무 하나의 기둥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설 연휴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투자의 방향성을 점검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성장의 논리가 얼마나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편안하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