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마음을 읽는 법, 2부
투자는 분명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왜 우리는 그토록 감정에 쉽게 휘둘릴까요? 어쩌면 문제는 우리의 ‘이성’ 그 자체가 스스로를 속이는 교묘한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는데요.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야기입니다. 이는 자신의 기존 생각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적극적으로 찾고, 반대되는 정보는 애써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우리 마음의 경향을 말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보는 셈이죠. 이 편향은 사실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 정당에 유리한 뉴스만 찾아보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 생각과 비슷한 영상만 끊임없이 추천해 주며 나를 ‘필터 버블’ 안에 가두어 버립니다.
이런 정신적 습관이 투자와 만나면 아주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되는데요. 특히 시장에 거대한 거품을 만들고, 특정 자산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낳는 광기의 원동력이 되죠. 그 교과서적인 사례가 바로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입니다. 당시 시장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거대한 확증 편향의 필터가 되어, 투자자들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증명해 줄 증거만을 찾아 헤맸습니다. PER이나 PBR 같은 전통적인 잣대는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었고, 대신 ‘페이지 뷰’나 ‘잠재적 시장 규모’ 같은 모호한 지표들이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죠. 반려동물 용품을 인터넷으로 판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수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지만 2년도 안 돼 파산한 ‘펫츠닷컴(Pets.com)’ 같은 회사가 그 시대의 광기를 상징합니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기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주가 상승만을 바라봤을 뿐, 그 이면의 처참한 실적은 철저히 외면했던 겁니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에 와서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특정 종목에 대한 ‘팬덤 현상’이죠. 테슬라의 팬덤은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 기술 기업”이라는 강력한 서사를 공유합니다. 이 프레임 안에서 자동차 생산 차질 같은 나쁜 소식은 중요도가 축소되고, 자율주행 기술 같은 미래 비전은 열광적인 지지를 받죠. 엔비디아 역시 “AI 혁명의 독점적 공급자”라는 서사를 통해 높은 주가에 대한 우려를 잠재웁니다. 레딧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믿음을 강화하는 거대한 ‘메아리 방’ 역할을 합니다. 긍정적인 정보는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공유되지만, 비판적인 의견은 ‘FUD(공포, 불확실성, 의심)’로 낙인찍히거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비롯된 공격으로 치부되죠. 이 단계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객관적인 분석가가 아니라, 특정 기업의 ‘신도’가 되어버립니다.
결론적으로, 손실을 피하려는 우리의 깊은 ‘본능’이 시장의 공포를 만든다면,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지’의 편향은 시장의 탐욕과 광기를 만들어냅니다. 하나가 시장의 바닥을 파는 삽이라면, 다른 하나는 거품을 불어넣는 펌프인 셈이죠.
그렇다면 이 두 가지 강력한 심리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시장은 끝없이 공포와 탐욕이라는 극단을 오가는 거대한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