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과 뜨거운 지갑, 시장의 동상이몽

by 구미잉

어제(8월 15일) 미국 시장을 보면서 혹시 이런 생각 안 드셨나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마치 두 개의 나침반을 손에 쥐었는데, 하나는 북쪽을 가리키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인 남쪽을 가리키는, 그런 안갯속 같은 하루였습니다.


첫 번째 나침반은 '뜨거운 지갑', 즉 소비자의 실제 행동이었습니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시장의 예상에 정확히 부합했죠. 더 놀라운 것은, 지난 6월의 수치가 0.6%에서 0.9%로 대폭 상향 수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가구, 온라인 쇼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비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고금리에도 끄떡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두 번째 나침반이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바로 '차가운 마음', 소비자의 심리였죠.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7이었던 지난달과 달리, 시장의 예상(62.0)을 깨고 58.6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합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무려 10%나 폭락했고,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5%에서 4.9%로 다시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짙게 깔리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루 종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강한 소비 데이터는 ‘Good is Bad’ 논리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를 억누르며 시장을 아래로 끌어당겼고, 불안한 심리 데이터는 ‘Bad is Good’ 논리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를 부추기며 시장을 위로 밀어 올렸습니다. 두 개의 강력한 힘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니, 시장은 그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여기서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왜 불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돈을 많이 쓰고 있는 걸까요?”


가장 유력한 해답은 ‘K자형 경제’라는, 조금은 불편한 현실 속에 있습니다. 총계 데이터의 함정이죠. 실제로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있습니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심리는 개선된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심리는 하락했죠. 결국 지금의 강한 소매판매는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본 일부 부유층의 ‘뜨거운 지갑’이 이끌고 있는 반면,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는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실질 소득이 깎여나가는 대다수 서민들의 ‘차가운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경제라는 같은 침대에 누워 있지만, 지갑과 마음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상황인 거죠.


이런 상황은 연준을 아주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습니다. 도대체 어떤 데이터를 믿고 정책을 결정해야 할까요? 실제 행동(소비)을 보고 아직 긴축을 유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미래의 기대(심리)를 보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할까요? 연준마저도 두 개의 나침반 앞에서 길을 잃은 셈입니다.


결국 어제 시장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지표만 보고 시장의 방향을 예단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총계 데이터 뒤에 숨겨진 경제의 구조적인 균열을 함께 들여다봐야만 안갯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연 불안한 마음이 뜨거운 지갑을 식게 만들까요, 아니면 뜨거운 지갑이 불안한 마음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줄까요? 시장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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