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데, 어째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반대로 치솟는 걸까요? 최근 금융 시장의 가장 큰 수수께끼입니다. 본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은 미국 국채'라는 말이 금융의 정석처럼 여겨져 왔는데, 지금 그 정석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재차 4.3%를 넘어섰고, 20년물과 30년물 같은 초장기 금리는 4.9% 선까지 다시금 치솟았습니다. 무언가 시장의 기대를 거스르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죠.
그 원인 중 하나를 찾기 위해선 미국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인플레이션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나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과거 '제로 금리'에 머물러 있던 일본과 독일의 국채 금리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10년물 금리는 1.6%에 육박하고 있으며, 독일 10년물 금리는 2.8%에 수렴하며 한국의 금리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미국의 낮은 금리에도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일본이나 독일이라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생긴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투자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거 미국 국채의 가장 큰 구매자였던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거대 연기금 같은 '큰손'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데요. 실제로 지난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져 있다"며 이례적으로 금리 인상을 압박한 배경에도 이러한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일본의 높아진 장기 금리가 미국 국채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자금 이탈을 통해 미국의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겠죠.
미국 정부 입장에선 떠나는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곧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 즉 국가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인프라 투자나 복지 예산 등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단순히 금리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미국 국채를 '절대 안전 자산'으로 신뢰했기에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지위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진 않겠지만, 그 단단했던 성벽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엔 충분합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전 세계 모든 자산 가격을 측정하는 '기준 자'와도 같은데요. 이 기준 자가 예전처럼 안정적이지 않고 계속 흔들린다는 것은, 우리가 투자하는 주식, 부동산,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의 작은 균열이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시대. 과거의 투자 공식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바로 여기서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