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험준한 산의 정상에 오른 등반가가 환호성 대신, 얇아진 공기와 수평선 너머로 빠르게 몰려오는 폭풍우를 보며 숨을 죽이는 것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2025년 8월 28일 미국 증시가 보여준 풍경이 바로 그러했는데요. S&P 500과 다우존스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죠. 숫자만 놓고 보면 축포를 터뜨려야 할 완벽한 날이었는데요. 하지만 시장을 감싼 공기는 축제의 열기가 아닌, 팽팽한 긴장감과 깊은 경계심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표면적으로 견고해 보이는 경제 지표와 화려한 헤드라인 너머, 현재 시장의 운명을 결정할 단 하나의 변수, 바로 연준의 다음 행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날의 움직임은 연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단서를 쥔 7월 개인소비지출, 즉 PCE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두고 시장 전체가 집단적으로 숨을 참는 모습에 가까웠죠.
수치상으로 이날은 의심할 여지없는 강세장이었습니다. 예상보다 강력한 2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발표되면서 경제의 강한 체력을 보여주는 듯했으니까요. 기존 3.0%에서 3.3%로 상향 조정된 수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화려한 지표 뒤에는 깊은 균열이 있었습니다.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S&P 500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5%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 마감했죠.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지 않은 겁니다.
시장이 GDP 호조에 열광하지 않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 성장의 질에 있었습니다. 3.3%라는 숫자는 강력했지만, 그 내면을 해부해 보면 '신기루'와 같은 착시 효과가 상당했는데요. 2분기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다름 아닌 수입의 급감이었습니다. GDP 계산식에서 수입은 차감 항목이기 때문에, 수입이 줄면 성장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죠. 이는 1분기에 기업들이 관세를 앞두고 재고를 쌓기 위해 수입을 이례적으로 늘렸던 것의 기저효과였습니다. 경제의 진정한 내수 동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1.9% 성장에 그쳤다는 점을 보면, 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의 화려함에 속지 않고 그 이면의 왜곡을 간파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은 바로 AI 혁명의 상징, 엔비디아의 역설적인 주가 움직임이었습니다. 전날 발표된 엔비디아의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었지만, 주가는 약 1% 하락 마감했죠. 시장은 엔비디아에 단순히 뛰어난 실적을 넘어 영원히 가속화되는 성장을 기대해 왔는데,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에 그치자 이를 실망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라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아무리 강력한 기업이라도 거시경제적 위험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마치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엔비디아의 작은 흔들림은 시장 전체에 잠재된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과도 같았죠.
결국 이 모든 현상은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이다(Good news is bad news)'라는 역설적인 논리로 귀결됩니다. 강력한 경제 지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성을 감소시키죠. 그런데 현재 시장은 미래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대를 꺾는 '좋은 소식'은 결국 자산 가격에 '나쁜 소식'이 되는 거죠.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 가치 상승을 위해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를 응원해야 하는 이 기이한 상황은 현재 시장이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지금 시장의 경계심이 유독 깊고 예민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2022년과 2023년을 관통했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라는 거대한 트라우마, 일종의 '정책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licy PTSD)'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오판을 믿었던 시장은 뒤늦게 시작된 가파른 금리 인상에 호되게 당했습니다. 이 쓰라린 경험은 시장의 집단 기억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끈적한 인플레이션을 암시하는 작은 신호 하나에도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며 과민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의 모든 시선은 단 하나의 숫자, 바로 7월 근원 PCE로 향하고 있는데요. 시장은 이 숫자가 6월의 2.8%에서 7월에는 2.9%로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죠. 이는 시장을 지탱해 온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이야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이자,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이 현재 시장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의 실체인 셈이죠.
물론 매파적 공포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연준 내부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같은 강력한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그는 노동 시장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선제적 위험 관리' 차원의 9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죠. 그의 존재는 시장의 비관론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안전망'처럼 기능하며, 시장이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근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분석의 실타래를 하나로 모으면, 시장의 현주소는 명확해집니다. 이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비유는 바로 '서퍼의 잠시 멈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장은 AI와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사상 최고치라는 해안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보드 위에 앉아 숨을 고르며 만족스럽게 등 뒤의 해안을 돌아보지만, 그의 시선은 온통 수평선에 고정되어 있죠. 다음 파도, 즉 7월 PCE 데이터가 오고 있습니다. 그 파도가 새로운 고점을 향해 완벽하게 올라탈 수 있는 파도일지, 아니면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서퍼를 물속으로 내동댕이칠 혼란스러운 파도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장의 다음 경로는 이 핵심적인 긴장감이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연준은 강력한 경제 데이터가 써 내려간 매파적 각본을 따를까요, 아니면 월러 이사의 비둘기파적 경고에 귀를 기울일까요? 그 해답의 열쇠는 PCE 데이터가 쥐고 있을 텐데요. 그리고 그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시장은 승리감과 불안감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는,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로 남아 있지 않을까요?